-
-
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평점 :
#협찬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놀란 것은 바뀐 지하철 풍경이었다. 모두가 얼굴을 숙이고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애서 재생되는 영상을!!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무섭게 느껴졌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디스토피아 세계에 오셨습니다! 웰컴! 하는 것 같았달까? 멀뚱멀뚱 사람들을 보던 모습도, 신문과 책을 보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귀에는 이어폰이 손에는 스마트폰이.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고 여전히 가끔은 무섭다.
작은 기기가 손 안에 들어왔고,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할까봐 겁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르고 달래며 밥을 먹이고, 식당에서의 예절을 가르치던 때는 이제 사라진 걸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며 밥 먹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유아차를 타고 가며 공기의 흐름, 동네의 모습,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옛말이 된 듯도 하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작은 세상에 아이는 무아지경. 난 왜 그 모습이 그리도 슬픈 것일까?
더 이상 길을 알려달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스마트폰을 전화로만 사용하는 어르신이 아닌 이상.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기 위해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란 생각도 들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만 경험하는 것들을 우린 너무 많이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지…..
단순히 경험의 부재가 많아지는 것만이 문제라면 뭐가 상관일까만 경험의 부재가 우리의 삶에, 뇌에, 인간관계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일 게다. 스마트한 기기들은 우리 삶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혀 상상해보지 않았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세계에서 우리는 설계된 대로 혹은 자진해서 경험들을 반납하고 있다. 더 풍성한 경험, 더 짜릿한 경험들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기술로 매개된 경험이 직접 경험을 추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1년 동안 소셜 미디어 사용 중단할 것인지 투표권 포기할 것인지 선택하는 질문에 10대 사용자의 64퍼센트가 투표권 포기, 전 세계 청소년의 53퍼센트가 자신이 선호하는 기술을 잃느니 후각을 잃겠다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문화 비평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경험의 멸종이란 책에서 경험이 소멸하는 시대를 탐구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인간의 조건이 되었던 많은 경험들이 사라지는 이 시대의 흐름을 우리는 손 놓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전복할 것인가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시대의 흐름은 바꿀 수 없는 어떤 것이 아님을 이것은 우리의 “선택”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는 알까?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았다면 찾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가?
뭐 어쩌겠어 하며 경험을 계속 아웃소싱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