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강하다 래빗홀 YA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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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인만 좀비로 변한다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65세 이상 노인만 좀비로 변하고 “태전”이란 도시는 봉쇄조치됐다.
나라에선 65세 미만에게만 허락된 도시 탈출.
까칠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딩 강하다는 탈출할 수 있었지만, 할머니만 남겨두고 나갈 수는 없다.
엄마, 아빠의 사랑대신 자신에게 사랑을 먹여주고 길러준 할머니이기에 더더욱. 할머니와 남기로 결심한 강하다.


꼼짝 없이 집안에 갇히게 된 하다는 자신과 할머니만 남은 줄 알았더니 같은 반 이은우, 지혜 이모와 신생아 사랑이, 여덟 살 지민이, 할머니의 첫사랑 현동 할아버지 등 여러 이유로 탈출하지 못한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이은우.
치료를 받느라 재정이 많이 들고 차도는 없고 그런 가운데 서서히 붕괴되는 가족. 부모님은 은우만 두고 떠났다. 태어난 지 50일이 안 된 사랑이. 젖이 말라버린 지혜 이모는 사랑이에게 먹일 게 없다. 분유가 필요하다. 기저귀도…. 봉쇄조치로 인해 태전으로 돌아오지 못한 지민이 부모님. 여덟 살 지민이는 이제 누가 돌보지? 할머니를 미소짓게 하는 첫사랑 현동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는 거야?


오지라퍼도 이런 오지라퍼가 없다. 말하면 입 아픈 태전의 오지라펴 조끝순 할머니는 이런 비상사태에서도 타인의 먼저 챙긴다.


“생판 모르는 남 돕겠다고 나서면 안 돼. 난 하나뿐인 할머니가 우선이야.“

”가족이 뭐 별건가. 같이 있으면 가족이지.“


이들을 두고볼 수만은 없다. 누군가 나가서 분유랑 먹을 건 구해와야 한다. 이때 달리기가 취미이자 특기인 강하다가 나선다!!!!! 운동화 끈 질끈 묶고!!!
가방 어깨에 매고!!!!! 좀비야 물럿거라 내가 간다!!!




왜 하필 65세 이상만 좀비로 변신하는 걸까?
남겨진 이들은 왜 다들 약자인가?
진정한 의미의 가족은 누구일까?
위기 속에서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벼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묵직한 질문은 마음에 남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만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은, 쓸모없고 생명이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은우처럼 사고로 장애를 입고 있는 사람, 누군가의 보살핌을 무조건으로 받아야 하는 신생아 같은 약자도 마찬가지.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떤지 돌아보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들은 반드시 존재한다.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의 가족이 탄생하기도 한다. 혈연관계만을 가족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김청귤 작가의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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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의 말센스 - 국내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한 호텔리어의 다정하고 따듯한 말
권혜수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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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셋 쯤 드라마 ”호텔리어“에 푹 빠졌었다. 화려하고 깔끔하고 뭔가 멋져보이는 호텔이란 공간에서 펼쳐지는 호텔리어의 일과 사랑, M&A를 둘러싼 호텔 경영자들의 대결. 그 드라마를 보고 호텔리어를 꿈꿨던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터!!!!!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응대하는 걸 제법 잘 하는 나로서는 호텔리어가 천직이었을 수도 있다. 직업 적성 검사를 했을 때 늘 1순위가 비서나 서비스직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인생은 늘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호텔리어에 대한 열망도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그라들었다.


호텔이란 공간을 생각하면 뽀송뽀송한 느낌이 든다. 며칠동안 일상을 잊고 #남해밥 을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 더 그런 것이리라. 깔끔하지 않은가? 일상의 누추함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곳이니.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호텔리어에겐 호텔도 그저 직장일 뿐.
호캉스를 즐기거나 여행을 가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고, 처리해야 할 일들, 난감한 관계, 무례한 고객응대까지 할 일이 첩첩산중인 바로 그 직장!!!!


일반적인 직장과는 또 다르게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하는 곳이기에 쌓이는 스트레스의 양과 질도 상당히 다를 것 같다. 어디에나 빌런은 존재하고, 빌런이 없다면 내가 빌런일 테고!!! 빌런총량의 법칙은 늘 존재하는 법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상처받고 힘들고, 내가 여기에서 뭐하나 생각이 불쑥불쑥 들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 오는 고객들, 생각도 못한 컴플레인,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묘하게 원하는 고객들. 그들과의 관계만 있겠는가? 부서와 부서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들까지!! 보통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국내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한 호텔리어인 권혜수 작가. 그녀가 호텔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일들과 그 일들을 통해 깨닫게 된 인생의 진리,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등을 다정하게 담아낸 책, 호텔리어의 말센스!!!!


사람이 주는 말이나 상황 때문에 힘들지만 결국 웃고 상처가 치유되는 것도 사람이다. 그들이 건네는 다정한 태도와 말 덕분에 인간의 대한 환멸도 견뎌냈으리라.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익숙하게 이어나가고, 상대의 다름은 편하게 받아들이려는 여유도 생겼다고 말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지속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호텔이란 공간과 호텔리어들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종종거리며 하는 일을 읽다보니 호텔이란 공간이 새롭게 보인다. 바른 자세와 미소 뒤에 숨은 그들의 고단함을 본다. 내가 누리는 편의만큼 그들의 애씀을 잊지 않기를, 다정한 눈빛과 말을 건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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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를 아시나요? - 사라진 여대생, 그리고 진실을 쫓는 18년간의 추적기
이동세 지음 / 뒤팽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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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대생, 그리고 진실을 쫓는 18년간의 추적기

2006년 6월 6일. 이윤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에 입학해, 미술을 복수전공하고 졸업 후 전북대학교 수의학과에 편입한 그녀. 1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나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홀로 전주로 내려갔다.
한다면 하고,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었던 그녀.
부모님의 자랑이자 사랑, 삶 자체였던 그녀가 어느 날 실종됐다. 대체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책은 2006년 6월 6일 사라진 그날로부터 2024년 오늘까지 그녀의 행방과 진실을 쫓는 아버지의 추적기다. 18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제 곧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의 애끓는 심정과 무엇보다 진실을 알고 싶은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 그럼에도 놓지 않는 희망과 진실을 찾기 위한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사건이 있기 며칠 전 귀갓길에 가방을 소매치기 당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녀의 곁을 늘 지키던 남사친의 수상한 행동과 컴퓨터 기록을 일부러 삭제했다고 봐도 무방할만한 증거들이 나왔지만 경찰을 입을 다물고 있다. 대체 무엇을 감추려는 것일까?
그녀가 실종되기 전 포털에 성추행, 112를 검색한 기록이 있다. 그녀는 왜 이런 키워드로 검색을 했을까.
그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실종이란 정확한 단서가 나오기 전에는 대부분 가출로 처리되는 성인의 실종.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목도할 때마다 법의 한계에 탄식하지만 현실은 그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기에 무어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 삶에 내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이 존재하는구나를 깨달았다. 와야 할 시간에 집에 오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때 느껴지는 불안함. 그 순간 머리에 꽉 들어차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인해 멘탈이 나갈 지경인데, 자식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일까. 심지어 왜,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조차 모른다면 가족들의 삶은 어떨까.


리얼스토리 묘, 뉴스 파일, 뉴스 따라잡기, 엑소시스트, 박근형의 추적자, 뉴스기획 창, 그것이 알고 싶다, 실화탐사대,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까지 많은 매체에서 이 사건을 다뤘지만 진실 한 조각도 찾아내지 못했다.


아버지가 직접 써내려간 이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너졌다 세워졌다를 반복했다. 죽기 전에 진실을 알기 원하는 그분들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이 책은 우주서평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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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없다 -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유성운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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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의 틀 안에서는 결코 한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이 곰이 아니라 호랑이가 되었나?
❓장수왕이 광활한 만주를 포기하고 한강으로 남하한 이유는?
❓병자호란은 외교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시작되었다?
❓우리가 러시아가 아닌 일본의 식민지가 된 이유는?
❓한국인 대다수는 왜 ”in 서울“에 목을 매게 되었을까?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나라만의 역사일까?
주변의 영향도 없이 오롯이 그 나라만이 일구어 낸 역사일까? 한 사람의 인생도 혼자만의 힘으로 올 수 없는 것처럼 한 나라의 역사 또한 그러하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한국사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환웅과 단군을 거쳐 일제강점기까지를 훑어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 속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결정적인 한방의 사건들로 깊이 들어간다. 연대표와 사건, 유물을 미친 듯이 외웠던 국사는 사라지고, 기후, 환경, 세계정세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역사는 기후, 환경, 세계정세 등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어느 개인이나 정치 세력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좁다. ”p.9


국뽕에 취해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만을 강조하다보면 사건과 사건을 잇는 ‘고리’를 놓치기 쉽다. 이 책은 미싱 링크를 하나하나 찾으면서 조금 더 큰 틀에서 입체적으로 한국사를 바라보고자 애쓴 결과물이라 하겠다.


한국사뿐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도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다양한 각도로 역사를 바라보게 해 준 것도 좋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짚어주는 부분!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조금더 넓은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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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나에게 쓴 편지 카프카 전집 8
프란츠 카프카 지음, 오화영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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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고, 부드럽고,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쓴 책들은 잔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는 세상이 무방비 상태의 인간들을 찢고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악령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너무나도 형안이 밝고, 너무나 현명했기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 그는 싸우기에는 너무나 연약한 사람이었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는 너무나 약해서, 몰이해와 비정함과 지성적 거짓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낼 힘이 없었던 것이다.” p.436, 밀레나의 카프카에 대한 애도사.


카프카의 마지막 연인으로 알려진 밀레나 예젠스카.
그녀는 어린 나이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폴락과 결혼을 하지만 그녀를 행복하게 하지는 못했다.
결혼 후 빈으로 이주, 서툰 독일어, 남편의 잦은 부재 등으로 그들의 결혼은 시든 배춧잎처럼 생기가 없었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카프카.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밀레나는 카프카의 작품을 번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렇게 둘은 작가와 번역가를 떠나 열정적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카프카는 생애 후반 3년 간 밀레나에게 여러 통의 편지를 보냈고, 자신의 일기장도 보냈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깊은 관계여야 자신의 일기장까지 넘길 수 있을까. 그만큼 자신을 잘 이해해줄거란 믿음이 있었던 걸까? 신랑에게 내 일기장을 넘길 수 있을까 잠깐 생각하다 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우 노우!!!


편지를 읽다보면 카프카가 병환으로 인해 점점 말라가고 있는 대목이나 식사를 거의 못하는 대목에선 뭐랄까 짠함이 밀려온다. 각혈이 멈추길 얼마나 바랐을까. 그녀를 만나길 얼마나 바랐을까. 힘든 몸 상태에서도 그녀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 기차 시간표까지 연구하는 모습에선 여느 연인과 다르지 않는 모습과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판본에선 처음으로 편지들이 쓰인 날짜를 밝혔따고 한다. 얼마 되지 않는 자료에서 ‘내적 논리에 따라 올바른 순서를 추정’하면서, ‘개개의 편지들을 연결할 수 있게 해 주는 명백한 단서’를 통해 순서를 추측해냈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 쓰인 노력이 어마어마할 것 같아 부록을 읽는 내내 경외심이 들기도 했다. 클라라와 브람스가 주고 받은 편지 중, 브람스의 편지만 남아있다고 알려졌는데, 카프카와 밀레나와 비슷한 모양이다. 밀레나가 카프카에게 보낸 편지는 남아있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한다. 아쉽다 ㅠ


카프카의 문학을 읽는 이유는 20세기나 21세기나 인간들이 느끼는 불안, 고독, 소외, 실존에 대한 고민은 동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걸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카프카의 문학이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분들에게 이 책은 카프카에 대한 턱을 좀 낮춰주지 않을까? 카프카에게 한 걸음 다가가기!!
카프카의 편지뿐 아니라 밀레나의 애도사와 단편도 수록이 돼 있는데 그 글을 읽는 것도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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