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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의 말센스 - 국내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한 호텔리어의 다정하고 따듯한 말
권혜수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8월
평점 :
내 나이 스물셋 쯤 드라마 ”호텔리어“에 푹 빠졌었다. 화려하고 깔끔하고 뭔가 멋져보이는 호텔이란 공간에서 펼쳐지는 호텔리어의 일과 사랑, M&A를 둘러싼 호텔 경영자들의 대결. 그 드라마를 보고 호텔리어를 꿈꿨던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터!!!!!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응대하는 걸 제법 잘 하는 나로서는 호텔리어가 천직이었을 수도 있다. 직업 적성 검사를 했을 때 늘 1순위가 비서나 서비스직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인생은 늘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호텔리어에 대한 열망도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그라들었다.
호텔이란 공간을 생각하면 뽀송뽀송한 느낌이 든다. 며칠동안 일상을 잊고 #남해밥 을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 더 그런 것이리라. 깔끔하지 않은가? 일상의 누추함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곳이니.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호텔리어에겐 호텔도 그저 직장일 뿐.
호캉스를 즐기거나 여행을 가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고, 처리해야 할 일들, 난감한 관계, 무례한 고객응대까지 할 일이 첩첩산중인 바로 그 직장!!!!
일반적인 직장과는 또 다르게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하는 곳이기에 쌓이는 스트레스의 양과 질도 상당히 다를 것 같다. 어디에나 빌런은 존재하고, 빌런이 없다면 내가 빌런일 테고!!! 빌런총량의 법칙은 늘 존재하는 법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상처받고 힘들고, 내가 여기에서 뭐하나 생각이 불쑥불쑥 들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 오는 고객들, 생각도 못한 컴플레인,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묘하게 원하는 고객들. 그들과의 관계만 있겠는가? 부서와 부서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들까지!! 보통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국내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한 호텔리어인 권혜수 작가. 그녀가 호텔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일들과 그 일들을 통해 깨닫게 된 인생의 진리,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등을 다정하게 담아낸 책, 호텔리어의 말센스!!!!
사람이 주는 말이나 상황 때문에 힘들지만 결국 웃고 상처가 치유되는 것도 사람이다. 그들이 건네는 다정한 태도와 말 덕분에 인간의 대한 환멸도 견뎌냈으리라.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익숙하게 이어나가고, 상대의 다름은 편하게 받아들이려는 여유도 생겼다고 말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지속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호텔이란 공간과 호텔리어들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종종거리며 하는 일을 읽다보니 호텔이란 공간이 새롭게 보인다. 바른 자세와 미소 뒤에 숨은 그들의 고단함을 본다. 내가 누리는 편의만큼 그들의 애씀을 잊지 않기를, 다정한 눈빛과 말을 건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