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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권력은 말할 기회가 너무나 많다. 권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청자는 항상 대기 중이다. 대체로 권력의 크기에 따라 제 고통을 더 말하고 타인의 고통을 덜 듣는다. 목소리의 불평등은 사회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인 동시에 원인이 되어 악순환한다. 속임수로 가득한 권력의 언어는 소수자와 약자의 언어를 봉쇄하고 짓누른 채 연대를 방해한다. 오직 제 고통만 생각하는 권력은 피해자의 위치까지 점령한다. 그래서 권력의 크기만큼이나 억울함의 목소리가 크다. p.7
언어는 정치의 장이며 정치는 언어의 장이다. 공적 발화를 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억울함을 번역할 권력을 가진다. 그들은 위치에 따라 자신들의 억울함을 ‘공정’이라는 개념으로 번역하는 동시에 타인의 억울함을 무능력의 대가로 취급한다. 누구의 억울함을 번역할 것인가. 권력은 억울함을 오역한다. 그렇기에 어떤 억울함이 더 잘 보이고 어떤 억울함이 은폐되는지, 억울함의 위계를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p.115
언어는 생각을 지배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생각과 타인을 향한 태도에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언어가 우리의 인식 체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혐오의 비유가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히 비유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그 비유화된 언어에는 누군가를 구분하고 차별하고 비웃고 폄하하는 생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혐오의 비유, 과격한 비유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들이 무심코 (라 쓰고 의도적이라 읽는다) 던진 말, 사실을 왜곡시키고 분열시키는 말.
소수자가 바라본 권력자, 소수자의 편에 선 것 같지만 모순된 언행을 일삼는 진보 권력에 날카로운 매쓰를 들이대는 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이라영 작가가 우리에게 가장 유의미하다 생각하는 21개의 화두를 꼽았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 그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권력의 말’과 ‘저항의 말’을 분석한다.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낸 권력의 말에 볼륨을 낮추고,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저항의 말에 볼륨을 높인다.
왜 어떤 고통은 이름을 얻고, 어떤 고통을 이름을 얻지 못하는가?
몸이 훌륭한 상품이 된 시대에 몸을 통한 노동은 왜 경시받는가?
새벽배송과 총알배송, 누구의 시간으로 누가 돈을 버는가?
권력은 억울함을 어떻게 오역하는가?
망언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누군가의 인권은 어떻게 나중이 되어왔나?
이젠 외면하지 말고 들어야할 때이다.
관심없다, 모른다, 몰랐다가 더 이상 핑계가 되지 않는다. 지금 외면한 나의 인권이 언젠가 나중이 될지 누가 아는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