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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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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존재’는 마을 사람들 같은 ‘보이는 존재’만큼이나 쓸데없는 참견을 좋아했고, 플로렌스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했다. 하지만 플로렌스는 아무리 래퍼나 마을 사람들이 방해 공작을 펴도 반드시 서점을 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P.66

좋은 책은 위대한 영혼에 흐르는 고귀한 혈액인 만큼 세대를 뛰어넘어 길이길이 전해지도록 방부 처리하여 소중히 보관해야 합니다. 당연히 책도 생활에 꼭 필요한 겁니다. 생활필수품이란 말입니다. P.174

“오래된 것과 역사적 가치를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 둘이 같다면 저나 댁이나 지금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어야겠지요.” p.228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하드버러.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이렇다할 인맥도 재산도 없는 플로렌스는 오랫동안 방치해있는 ‘올드하우스’를 은행 대출을 받아 구입해서 서점을 운영하려고 한다. 오래된 집답게 낡고 고쳐야 할 것은 많다. 심지어 귀신이 산다는 괴담까지 골고루 갖췄다. 하지만 플로렌스처럼 그곳을 눈여겨보는 이가 있다. 이 마을의 권력자인 가맛 부인. 올드하우스를 예술 센터로 쓸 계획이라고 하면서 은근히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마을 사람들도 가맛 부인의 말에 동의한다. 올드하우스는 마을 사람들이 공공재처럼 사용했던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은 마을에 서점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작은 바닷가 마을답게 집집마다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작은 소문도 삽시간에 퍼진다. (왜 여기서부터 피곤함이 몰려오는가…) 하지만 플로렌스는 그런 주위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서점을 오픈한 것이다. 사회적 서열에 맞게 책을 진열한다. 잘 읽힐 책들과 그렇지 않을 책들은 쇼윈도부터 구석까지 맞춤한 자리를 잡는다. 생각보다 서점 운영은 잘 되는가 싶다. 판매뿐 아니라 도서대여까지 하면서 열한 살인 크리스틴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 야무지게 일 잘 하는 크리스틴은 권력자인 가맛 부인에게도 절절매는 기색이 전혀 없다. 그런 크리스틴에게 화가 난 가맛 부인은 치졸한 방법으로 복수를 감행하는데…


서점이 배경인 책이나 영화는 이상하게 마음을 기울게 만든다. 읽는 동안 “섬에 있는 서점”, “건지 감자껍질파이북클럽”도 생각이 났다. 누군가에게 서점은, 책은 쓰잘데기 없는 것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책은 필수품이다. 세상을 읽는 창구가 되고, 나를 이해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서점을 지키려는 자와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 약자와 (플로렌스) 기득권의 (가맛 부인) 대립으로도 읽히는 책이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이들이 존재한다. 저택에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 브런디시 씨가 특히 그렇다.


연대속에서 여전히 약자들은 힘이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말한 플로렌스의 말처럼..
“제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무얼 존경하는지 말씀드리지요. 저는 무엇보다 인간이 지닌 미덕, 굳이 미덕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겠으나 아무튼 지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그것은 바로 용기지요. 그린 부인, 댁은 용기가 아주 대단한 사람입니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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