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다.
가을은 아무말도 없이 내 곂으로 다가와 슬며서 내 팔장을 끼고..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내 옆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며 내 보폭에 맞춰 그렇게 나란히 걸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가을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쳐다만 봐도 눈물이 날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가을..나는 심하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커다랗게 구멍이 나버린 헛헛한 가슴을 도대체 주체할 수
없었다.
티 없이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봐도 눈물이 났다.
가을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생기잃어가는 꽃송이들을 봐도 눈물이 났다.
어느 골목 모퉁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 한자락에도 눈물이 났다.
뭔가 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러다 어느날 한편의 시를
만났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편에 실렸던 고 정채봉선생님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였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단 5분이라도 하늘나라에서 휴가를
나오신다면 엄마품에 안겨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라는 그 시를 읽고 또 읽고..그리고 정말..정말..서럽게 울었다.
어쩜 그렇게 내
마음을 잘 표현하였는지..
사방을 둘러봐도
서럽고 억울한 내 마음을 풀어놓을 사람 한명없는
막막한 외로움속에서 나랑 같은 생각을 오래전 정채봉 선생님도 하셨구나
싶었다.
왠지 나혼자만 외로운건 아니구나..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
라는 묘한
안도감은 예상밖으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가 출판 되었을 때
누가 낚아챌세라 잽싸게 그 시집 한권을 끌어안았다.
마치 오래동안 기다려온 오래된 연인과의 재회처럼..

저자인
박광수 씨는
그의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슴이
헛헛해지는 외로움이 찾아올때면 나는 시를 읽는다.
그런
날이 생각보다 많았나 보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를 냈음에도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아직도 많아서 다시 책을 내게 되었다.
내
욕심일지는 모르지만 부디 이 시들을 읽고
당신의
외로움이 조금은 사라지기를..
그래서
조금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본다.

외로움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 올거 같을때가 있다.
소리를 내거나 말을 할려고 입을 벌리기만 해도 구역질을 하듯 그 외로움이 쏟아져
나올까봐..
소리조차 낼 수 없을때가 있다.
이럴 때 시를 읽어라..
단 몇줄의 시가 그 어떤 약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어떤 시를 읽어야 하는지 막막해진다면 저자인 박광수씨가 권하는 시를 읽어보라.
그는 시인은 아니다.
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권해주는 시들은 묘하게도 상처입고 지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건 저자가 우리네와 다름없이 굴곡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와 당신을 많이 닮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 시들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듯..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나와 당신도 같은 시에서 울컥하는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나는 그 시를 쓴 시인도 고맙지만 그런 시를 찾아서 권해준 박광수씨가 참 고맙다.

이
책에는 길고 짧은 시들과 좋을 글귀..그리고 고운 일러스트들이 가득하다.
글귀가
주는 감동과 일러스트가 주는 위로를
아주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져서
나는 이
책을 절대로 휘리릭 읽어내려가지 못했다.
천천히
그렇게 내 마음을 치유받고 싶었다.

몇 마디의 말보다 몇 줄의 글이
더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새쌈 느낄 수 있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던 내 마음을 조용히 잡아준 고마운 책이다.
이 가을 아직 전하지 못한 말들을 간직한 사람들..
남들에게 드러내놓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
지치고 힘들고 안타까운 당신의 마음에
친구같고 연인같은 시집 한권을 껴안아 보길 권한다.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야 하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펼쳐져
마침내
완성되는 것이기에..
-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中에서 -
숨 쉴
때마다 네 숨결이,
걸을
때마다 네 그림자가 드리운다
너를
보내고
폐사지
이끼 낀 돌계단에 주저앉아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 내가
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소리
내어 운다
떨쳐낼
수 없는 무엇을
애써
삼키며 흐느낀다
아무래도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