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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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가을은 아무말도 없이 내 곂으로 다가와 슬며서 내 팔장을 끼고..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내 옆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며 내 보폭에 맞춰 그렇게 나란히 걸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가을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쳐다만 봐도 눈물이 날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가을..나는 심하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커다랗게 구멍이 나버린 헛헛한 가슴을 도대체 주체할 수 없었다.

티 없이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봐도 눈물이 났다.

가을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생기잃어가는 꽃송이들을 봐도 눈물이 났다.

어느 골목 모퉁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 한자락에도 눈물이 났다.

뭔가 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러다 어느날 한편의 시를 만났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편에 실렸던 고 정채봉선생님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였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단 5분이라도 하늘나라에서 휴가를

나오신다면 엄마품에 안겨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라는 그 시를 읽고 또 읽고..그리고 정말..정말..서럽게 울었다.

어쩜 그렇게 내 마음을 잘 표현하였는지..

사방을 둘러봐도 서럽고 억울한 내 마음을 ​풀어놓을 사람 한명없는

막막한 외로움속에서 나랑 같은 생각을 오래전 정채봉 선생님도 하셨구나 싶었다.

왠지 나혼자만 외로운건 아니구나..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

라는 묘한 안도감은 예상밖으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가 출판 되었을 때

누가 낚아챌세라 잽싸게 그 시집 한권을 끌어안았다.​

마치 오래동안 기다려온 오래된 연인과의 재회처럼..

 

 

저자인 박광수 씨는

그의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슴이 헛헛해지는 외로움이 찾아올때면 나는 시를 읽는다.

그런 날이 생각보다 많았나 보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를 냈음에도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아직도 많아서 다시 책을 내게 되었다.

내 욕심일지는 모르지만 부디 이 시들을 읽고

당신의 외로움이 조금은 사라지기를..

그래서 조금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본다.

 

 

 

외로움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 올거 같을때가 있다.

소리를 내거나 말을 할려고 입을 벌리기만 해도 구역질을 하듯 그 외로움이 쏟아져 나올까봐..

소리조차 낼 수 없을때가 있다.

이럴 때 시를 읽어라..

단 몇줄의 시가 그 어떤 약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어떤 시를 읽어야 하는지 막막해진다면 저자인 박광수씨가 권하는 시를 읽어보라.

​그는 시인은 아니다.

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권해주는 시들은 묘하게도 상처입고 지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건 저자가 우리네와 다름없이 굴곡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와 당신을 많이 닮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 시들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듯..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나와 당신도 같은 시에서 울컥하는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나는 그 시를 쓴 시인도 고맙지만 그런 시를 찾아서 권해준 박광수씨가 참 고맙다.​

 

 

이 책에는 길고 짧은 시들과 좋을 글귀..그리고 고운 일러스트들이 가득하다.

글귀가 주는 감동과 일러스트가 주는 위로를

아주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져서

나는 이 책을 절대로 휘리릭 읽어내려가지 못했다.

천천히 그렇게 내 마음을 치유받고 싶었다.​

마디의 말보다 몇 줄의 글이

더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새쌈 느낄 수 있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던 내 마음을 조용히 잡아준 고마운 책이다.

이 가을 아직 전하지 못한 말들을 간직한 사람들..

​남들에게 드러내놓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

지치고 힘들고 안타까운 당신의 마음에

친구같고 연인같은 시집 한권을 껴안아 보길 권한다.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야 하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펼쳐져

마침내 완성되는 것이기에..

-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中에서 -


숨 쉴 때마다 네 숨결이,

걸을 때마다 네 그림자가 드리운다

너를 보내고

폐사지 이끼 낀 돌계단에 주저앉아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 내가

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소리 내어 운다

떨쳐낼 수 없는 무엇을

애써 삼키며 흐느낀다

아무래도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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