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 그래? - 편견과 경계를 허무는 일상의 종교학
김한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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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중, 여고를 카톨릭 미션스쿨을 다녔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는 없는 교리..시간이 주 2회 있었다.

주로 성경에 대한 공부를 하는 이 시간이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그냥 노는(?)

시간이였다.

키가 작고 아담하고 세상없이 착해보이시는 수녀 선생님이 고군분투하며 재미없어 하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느님 말씀을 전하려고 노력하시는게 많이 안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


그것은 종교는 종교로써의 의미 이외에 역사로써의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가 많은 이들에게 파생된 이유, 그리고 천주교에서 개신교가 탄생하게된

배경..

종교로 인한 수 많은 전쟁등.. 그 시대의 역사와 종교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공부하면 할수록 묘한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학창 시절 ..친구를 따라 간 교회에서..

새로운 친구가 왔다며 목사님이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카톨릭 미션 스쿨을 다닌다고 하자 목사님은 나를 붙잡고 장장 삼사십분을 천주교에 대한 비판을 시작하셨다.

아직 종교에 대한 기본 개념이 부족했던 나였지만 같은 하느님(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타 종교를 비판 하는지, 내색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결국 개신교에 대한 삐딱한 내 시선때문에 나는 천주교 세례를 받았고 세례명도 얻었다.


내가 천주교 세례를 받고 나자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딱히 불교를 고집하진 않으셨지만 생활사 전반에서 미신을 믿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골에서 한집안에 두 종교가 상존하면 불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얘길 듣고 차라리 내가 종료를 버림으로써 집안이 편안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성당을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학창 시절은 천주교, 개신교, 불교가 뒤섞인 이도저도 아닌 종교의 세계를 빙빙도는 행려자 같았다..

그 이후 아주 단념하고 무신론자가 되어 버렸지만 종교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목에 가시가  걸린것처럼 뻑뻑해지는 건...나의 어릴때의 경험이 그 원인인듯 하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종교가 역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종교를 성스럽고 부담스럽게 생각할게 아니라 하나의 학문으로 생각하고 알아보고자 했었다.

하지만 역시 지식이 짧아서인지 종교에 접근하는 나의 방식은 여전히 무거운 과제 같은 것이였다.


그러던 차에 맞난 "종교, 아 그래?"라는 책은

종교를 무겁고 재미없고 딱딱한 것이 아닌 비교적 말랑말랑하게 접근가능한 것이라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였다.

저자 김한수씨는 종교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이다.


그가 10년넘게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이슬람교까지 망라하며 전국을 누비며 종교의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조선일보 [종교, 아그래?]라는 칼럼으로 써오던 것을 묶어 71개의 에피소드로 펴낸 책이다.


재치있고, 재미있고, 개성있다..


하느님과 하나님은 어떻게 다른가..왜 스님에게만 님자를 붙이는가..스님은 왜 국수를 좋아하시는가..

세상에서 가장 쎈 기도발..알바뛰는 목사님..은 참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들이다.

종교에 대한 깊은 지식이 아닌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알아두면 의외로 유용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의 재치와 유머가 엿보여 더욱 재미있게 읽게 된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성직자들이 위엄있고 권위적이기만 한 분들이 아니라 그들 또한 인간이고 사람이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훨씬 친근감이 든다.

어떤 종교를 믿건 그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각각의 종교가 그들의 교리에 따르되 타 종교를 비판하지 않고 존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품위 있는 자세이며 종교인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오래전 보았던 한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어느 햇살 좋은 날..대청 마루에 나란히 앉아 파안대소하는 수녀님과

비구니스님의 사진..

종교를 넘어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한참을 들여다봤던 기억이 있다.

종교간의 화합...이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어렵게 가지말고 쉽게쉽게 간다면..이또한 어려운 일만은 아닐것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가 세상의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라고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스스로 택한 세례명이든, 법 높은 스님이 지어준 법명이든 신앙을 갖게 되면서 새롭게 살겠다는 다짐을 담은 이름이다. 세례명이든 법명이든 하루에 한 번만 스스로 불러본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참 밝아질 것 같다. 선행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옳지 않은 일에는 물러설 테니 말이다. 책임져야 할 이름은 비단 주민등록증에 오른 이름만이 아닌 것이다. ---[또 하나의 이름, 세례명과 법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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