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져라, 내 마음 - 다시 나를 사랑하게 만든 인생의 문장들
송정림 지음 / 예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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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기적으로 살기로 작정을 했다.

착하다, 순진하다, 라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 영 듣기가 거북해졌다.

왠지 남들이 나를 만만하게 여기고 얕잡아 보는게 아닌지..

나를 바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그래서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지..

나도 모를 자격지심에 누가 지나가는 말이라도 "착하다"라고 하면 짐짓 정색을 하며 절대로 착하지 않다고 또박또박 정정을 하던 나였다.

착해빠져서는 험한 세상 살기가 버겁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녹녹찮은 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지지 않고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착하게만

살면 안된다며 부러 날서고 뾰족한 척을 하며 애써 타인들의 불필요한 관심이나 간섭으로부터

나 자신을 방어를 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가증스럽게도

내가 좋아하고 내편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 앞에선 착한척 하면서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이나 전혀 나한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 사람들 앞에서

꽤나 쎈척했던 이중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내가 정한 가드라인 안으로 타인이 침범해오는 것을 두려워하여 애써 쌀쌀맞고

못되게 굴었지만 그 결과 내 마음이 많이 지치고 외롭다는 것을..

마음의 정화가 필요하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착해져라 내 마음"이다.

 

 

저자인 송정림님은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자가의 길로 들어선 분으로 TV,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 하며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 들었다.

송정림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본능적으로 알것 같다.

글에서 풍겨져 오는 따뜻함..이 분은 조분조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상대에게 전달하는 스타일이구나 하고..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 마음 한켠에 따뜻한 60촉차리 전구가 들어오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기운은 피를 타고 내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 마침내

쌀쌀맞고 차갑던

내 몸을 따뜻하게 데워놓는다.​

작가의 글은 잔뜩 긴장하여 뭉쳐진 내 어깨를 노골노골 하게 만들며

무장해제 시킨다. 왜지..?​

 

 

그건 여타의 책들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며 잘난 척

해결책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향긋한 차 한잔 앞에 두고

내가 이만큼 인생을 살아 오다보니 세상 살이라는게 이렇더라..하면서

조심스럽게 꺼내는 인생 경험담을 들려준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럴것이다.

 

작가가 들었던 이야기며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 그리고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를

신뢰감 가득한 목소리로 전해주기 때문에 더욱 작가의 말에 공감을 하고

이기적으로 살겠다는 내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보석같은 작가의 말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어서 휘리릭 읽지를 못했다.

읽다가 다시 앞페이지로 넘어가 다시 읽고 고개를 끄덕이다 창 밖 한번 쳐다보며

그렇게 음미하며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삼켰다.​

두고두고 새기고 싶은 말들은 수첩을 꺼내서 깨알같이 글들을 옮겨 놓는다.

오랫만이다. 이렇게 수첩에 정성스럽게 글을 써내려 간것도..

 

 

나이가 들어서도

영혼의 상처를 붙들고,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나이를 헛먹은 게 됩니다.

육체의 상처보다 영혼의 상처가 더 아픕니다.

그 아픔을 빨리 회복해내는 것은

나이 먹은 자의 특권이자 의무입니다. - 용서는 나를 위한 선물입니다 中에서 -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누구나 영혼의 어딘가에 깊은 터널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짊어진 무거운 짐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전할 수 있겠지요

"당신의 아픔을 이해합니다" -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中에서-

외모만이 아니라 인생 속도에도 사람마다 생김새가 있어요.

보폭과 속도의 기준은 내가 판단해야 합니다.

조금 느리게 가는 길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닙니다.

방향입니다. -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中에서-



 

 

나는 이 책을 읽다가 가슴이 뭉클뭉클한 적이 많았다.

별스럽지 않은 사람들의 대단치 않은 이야기지만

사람 경계 경보가 발령된 재색 사회에서 마음이 선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의

감동은 예상외로 컸다.

내 마음이 심하게 위로 받는 듯한 느낌이다.

그 느낌을 혼자서만 가지고 있기 아까워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는 SNS공간에 글을 올렸다.

 

거지도 재벌도 똑 같이 돈 걱정을 한다.

자식을 아주 잘 키운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자식의 다른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고

배우자를 아주 잘 만난 듯 보이는 사람도

고민을 한다.

누구나 다 각자 짊어진 짐이 있다...라는 내용의 글이었는데..

 

다음날 늦은 밤에 친구로부터 사진 한장과 문자가 왔다.

마침 자식 문제로 속을 썪이고 있었는데..

내가 올려준 글을 읽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오늘 바로 서점에 가서 그 책을 사왔다며 인증샷을 함께 보내왔다.

 

 

내가 쓴 글도 아닌데 어찌나 뿌듯한지..

그리고 친구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내가 너무 착해서 싫었거든..그래서 좀 이기적으로 살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러면 안되겠다 싶더라"

어쩜 내 마음하고 이렇게 똑같은지..

누구나 어쩜 비슷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비슷비슷한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나를 위로해주고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듯..

또 다른 누군가의 아픈 마음과 이기적인 마음을 반성하게 만들어

좀 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래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환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이제 좀 덜 이기적으로 살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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