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읽어주는 남자 - 마음을 토닥이는 따듯한 이야기
조민규 지음 / 도란도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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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내가 어디가서 물어봤는데....."로 시작하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아빠의 핀잔과 딸들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점집을 다녀오시곤 하던 엄마는 "너는 사주가 이러저러해서 .. 나중에 이래저래...하라 카더라"라는 말씀을 시큰둥한 딸들에게 전해주시곤 했다.

어릴때 몰랐더랬다.

엄마가 왜 쓸데없는 데다가 돈을 쓰시는지..

그깟 맞을지 안맞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좀 일찍 알아서 뭐 대단한 덕을 본다고..

하지만 나도 중년에 접어 드니까 알겠더라.

'아~~누가 내 미래 좀 내다봐서 나한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조언 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이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쯤.. 교통체증보다 더 답답하고 암담한 현실이 피부로 느끼게 될쯤.. 누군가에게 그 속을 털어놓고..

내 말 좀 들어주고..의지하고 싶은 상대를 찾게 된다.

답답한 내 속을 뻥 뚫어줄 한잔의 청량 음료같은 그런 곳을 찾는다.

타로 읽어주는 남자...의 저자 조민규씨의 책을 읽으며 나는 그가 한잔의 사이다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저자인 조민규씨의 전직이 좀 이색적이다.

한장의 프로필 사진에서 보여지는 훈훈한 외모에 눈길이 가고..

그가 10여년간 연극, 뮤지컬, 드라마 등에서 배우로 활약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눈길이 간다.

그런 그가 타로를 접한 뒤에 타로의 매력에 빠져 타로 점을 보는 타로 카운슬러가 되었다니 전직과 그의 현직이 참 매치가 안된다.

하지만 책에서 그가 그동안 그를 찾아온 고객들 중 좀 특별했고 기억에 남는 사연들을 소개하고 타로 점을 읽고 해석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카운슬러로써의 그의 자세와 역량이 느껴진다.

쪽집게 점쟁이..라는 저렴한 표현을 그에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될 것 같은

그만의 확실한 품격이 느껴졌다.

그를 찾은 고객들이 고른 타로 카드를 해석하는 그 이면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

배려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깊게 깔려있다.

나는 그 부분이 솔직히 너무 감명 깊었다.

혹시라도 좋지 않은 카드가 나왔을 때 직설적으로 내 뱉지 않고 상대방의 기분과 마음을 고려하여 최대한 단어를 고르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책 곳곳에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던 선배를 짝사랑 하는 여자,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 아들에게 퍼주기만 하는 엄마, 건강을 걱정해서 중년 남자, 칠전팔기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그를 찾아 온 사람들은 각자 자기나름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온다.

누군가 자기의 고민에 해답을 찾아주고, 눈이 번쩍 떠지는 해답을 주기를 희망하며..하지만 원하는 결과의 카드가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카드가 나오긴 마련이다.

의뢰자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면 같이 가슴뛰며 좋아해주고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같이 안타까워하며 위로하는 저자의 착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진다.

점이라는 걸 별로 믿지 않고 의식적으로 무시할려고 하는 나조차도

다음에 한번 기회가 되면 그를 찾아가 나의 오래된 고민을 상담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그는 아무래도 이 직업이 천직인거 같다.

사무실이 있는 종로에는 퇴근길에 타로점을 보는 곳이 심심찮게 많다.

젊은이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 작은 간이 천막이 처져있고

그 안에는 친구들과 또는 연인과 함께 타로 점을 보는 젊은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내 눈에는 세상 걱정 하나 없을 듯한 건강하고 젊음이 뚝뚝 떨어지는 그들이지만 저마다의 고민이 하나쯤은 있나보다.

그러한 고민과 궁금증을 가진 그들이 저마다 원하는 답을 듣길 바라지만..

행여 그러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크게 낙담치 말고 툴툴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나가길 바란다.

신은 거칠고 힘겨운 운명을 내릴때 그걸 버티고 이겨낼 힘도 함께 주셨으니

좋은 기운으로 어두운 운명을 떨칠 수 있다.

타로에 대해서 전혀 무지몽매했던 나에게 타로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줬고 거부감없이 타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줬던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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