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 - 김선현 교수의 이유있는 컬러링북
김선현 글.그림 / 아이리치코리아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손에든 책 한권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들쳐본다.

내 입에서 나오는 감탄사 한 마디.

아.........

그동안 보아왔던 컬러링북과 조금은 다른..

풍부한 여백이 주는 안도감..

여유와 편안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책의 저자인 김선현 교수는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 부속병원에서

예술치료 인턴 과정을 수료하고

일본에서 외국인 최초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했고,

일본 기무라 클리닉 및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예술치료 과정을 거쳐

프랑스 미술치료 Professional 과정까지 마쳤다. 미국미술치료학회(AATA)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의 화려한 약력이 아니더라도 그림에서 이미 그의 힘이 느껴진다.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정신을 맑게 만들어 주는 듯한

소박하지만 왠지 모를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컬러링 북은 중장년층을 위한 컬러링 북으로

알록달록 색칠을 해나가면서 과거에 대한 기억력을 높여주어

치매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진작 이런 책이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쁜 소품들을 좋아하시고

예술적 재능이 있으셨던 엄마도 참 즐거워하며 자신만의 색으로 칠하셨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움으로 마음 한켠에 살짝 아려온다.

 

 

나는 오랫동안 아동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적이 있다.

그러한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아동학대, 가정폭력등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내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한 뜨거운 울분이 목구멍에 걸려있던 아이들..

아이들의 그러한 울분을 삭혀 주는 치료로써 미술 치료가 큰 도움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사람들의 퍽퍽한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미술이라는 것은 나는 많은 사례를 통해 똑똑히 보아왔다.

이 책은 나의 매마른 감성을 치유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정확한 믿음이 전해져 왔다.

 

 

그림과 함께 글도 수록이 되어 있다.

단 하나뿐인 나의 그림책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물씬 든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연일 계속 되는 더위에 살짝 지쳐있었는데..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를 옆에 놓고 색색의 색연필을 쥐고

내가 원하는 대로..내 마음대로 무아지경으로 색칠을 하고 있으니..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집에 있는 모든 색칠 도구들이 다 동원되었다.

얼마전에 사놓았던 독일제 색연필도 등장하고 언제 사놓은지 까막득한 파스텔도 등장하고..

싸이펜에 색깔 이쁜 볼펜등등 ..

책상 위가 알록달록한 색연필도 가득하다.

보고만 있으도 행복해진다.

이런게 힐링이라는 거겠지..

 

색깔을 칠하고 보니 연잎을 꽃잎으로 착각하고 잘못 칠했다.

아이쿠 이를 어째..하다가 혼자 피식 웃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나만 좋으면 되는 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그림도 있다.

송이 꽃과 나비와 개구리..

잎사귀 하나를 칠하는데 6~7개의 색깔이 들어가고 수십번의 덧칠을 하며

한 잎,. 한 잎..나만의 색깔을 채운다.

진지하게 집중하여 색을 칠해가는 내 모습에 가족들이 오히려 즐거워한다.

오우~ 잘하는데..언제 이런 걸 배웠어?..미술전공자 같아..!!

공치사라도 가족들에게 이런 칭찬을 듣고 있자니

바보같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색을 칠하는 동안 오히려 가족들과의 대화가 많아졌다.

행복한 기운이 감돈다.

 

 

어릴 때 우리 집 마당에 유달리 탐스러운 꽃이 피는 자목련이 두 그루있었다.

자목련을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날 흐드러지게 핀 자목련을 거실 쇼파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셨다.

보라색 자목련을 칠하고 있자니..

내 어릴적 목련 꽃 같이 화사했던 어느 봄날의 오후와

아버지의 모습이 보라색 꽃잎처럼 피어난다.

 

 

내가 어릴 때는 물건들이 참 귀했다.

비가 오는 날..조금 늦장을 부리면 식구들이 성한 우산은 다 가져 나가고 ..

살이 부러지고 여기저기 찢기거나 구멍이 숭숭 뚫린 우산이 내 몫이 되곤 했다.

이 다음에 크면 꽃무늬가 이쁘고 팔랑팔랑 프릴이 달린 이쁜 우산을

잔뜩 사다가 우산 꽂이게 꽂아둬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한이 되었는지 이제는 정말 우산 꽂이가 모자랄 정도로 색색깔의 우산들로 가득하지만

아직도 나는 비가 오면 찢어진 비닐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던 내 어릴적 그 날들이 생각이 난다.

우리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엄마의 어릴쩍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는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이쁜 우산을 색칠한다.

그림 한점이 참 많은 추억을 불러온다.

또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이 책을 펼쳐보며

내 아이들과 함께 색을 칠하며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오늘을 기억 할 것이다.마음을 풍요롭게 해줬던 한권의 컬러링 북..

나에게 그 어떤 책보다 소중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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