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장의 전당표 - 전당포 주인이 들려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29
친쓰린 지음, 한수희 옮김 / 작은씨앗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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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급전이 필요하면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대부업체를 통해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서민들에게 결코 은행문턱 넘기가 호락호락 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값나가는 물건을 맡기고 급한 돈을 빌리는 전당포가

거리 곳곳에 꽤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당포가 흥행하던 그 시절은 나는 아직 어려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없었으니 당연히 전당포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어른들이 시계나 금붙이를 맡기고 변통을 해와

급한 불을 껐다는 얘기는 간혹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건을 맡기고 돈을 꾸는 곳..

왠지 가까이 하기에는 뭔가 좀 낯설고 침침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얼마전에 내가 다니는 사무실 3층에 전당포가 들어왔다.

종로 한 가운데 왠 전당포?? 뜬금없는 전당포의 입주에 기존의 입주자들이 살짝 술렁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1층 엘리베이터 앞에 CCTV가 설치되었다.

건물주가 설치했나 했더니 전당포에서 설치한 거라고 했다.

CCTV​를 설치해야만 하는 곳인걸 보니 전당포라는 곳은 사건사고

많은 곳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스물아홉 장의 전당표"라는 책 제목에 강한 흥미를 느낀것은

예의 나의 그 호기심이 발동한 때문이였을 것이다.

전당포는 어떤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거지? 여기선 뭔일이 생기는 걸까..?

뭘 맡기고 돈을 꾸지..? 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친쓰린은 1958년생으로 타이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때 학업을 위해 전당포에서 하숙을 하며 일을 배웠고 지금까지 30년넘게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친쓰린이 30여년 동안 일하며 경험해왔던 리얼 100% 경험담을

모은 책이다. 왠지 흥미 진진할 것 같다.

낡은 철제 과자통에 들어 있던 할머니의 수미전(죽기 전에 가족에게 물려주는

마지막 돈)을 가지고 전당포를 찾은 손자.

노름으로 가진것을 다 탕진한 손자가 전당포에 돈을 맡기고 돈을 빌려간 사연을 시작으로

이란 출신의 직장 여성이 출장왔던 일본인을 사랑하여 금장신구를 맡기고

그 돈을 멀리 일본에 있던 애인의 생활비를 보내주며 남자의

뒷바라지를 한 그녀가

국제결혼에 성공하여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전당포를 찾은 훈훈항 이야기..

세상의 실세였던 장군이 급변한 세상에 떠밀려 장세스 총통에게서 받은

권총을 맡기고 돈을 꾸어 생활비로 사용해야만 했던 씁쓸한 사연..

캬바레 쇼의 인기 진행자가 그의 무대 의상 한벌을 맡기게 된 사연..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서 고민하던 학생의 학생증을 받고

큰 돈을 빌려준 이야기 등등..​

총 29편이 실려있다.

눈물이 핑도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낄낄 소리와 함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와~이런일도 다 있나 싶어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이야기..​

타이완이나 우리나라나 사람사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등등..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의 에피소드에 푹 빠지게 된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과 매운맛들이 녹아있는 별미같은 책이다.

꽤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인 친쓰린이라는 분이 참 궁금해졌다.

전당포를 찾는 손님들의 사연을 듣고 스스로 도움을 주겠다고

선뜻 선뜻 나서는 그가 처음엔 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선행이 어느 순간 참 가슴 따뜻하게 느껴졌다.

돈만 쫓는 수전노 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전당포 주인의 이미지가 사람을 보고

사람을 믿고 도움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선행에 내 선입견도 녹아 내렸다.

저자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해 주정뱅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해자 아이들을 혼내주기도 하며 탈영병의 사연을 듣고 군부대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여 철창 신세를 면하게 해주기도 하고

웃의 딱한 사정을 듣고 주변 사람들과 합심하여 도움의 손을

건내는 그의 오지랖(?)에 왠지 고마운 마음이 뭉클거린다.

한길을 걸으며 프로가 되기 위해 다이아몬드 감정법도 배우고

스케치북만한 전당표를 카드 사이즈로 만들고

물건을 밀봉 후 맡기게 하는 등..원칙을 준수하되 전당포의 시스템을 세월에 맞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줄 아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였고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에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휴먼니스트였다.

세상이 험하여 남의 어려운 사연을 듣고도 쉽게 내 일이 아니니까..하며

관심을 끊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보면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일지 모른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메세지는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의 교류에는 정이란 것이 오가기 때문에 우리는 주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상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을 때때로 잊어버리곤 해서 결국 호의가 부담으로 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을 때는 "내가 타인에게 쏟는 관심이 혹시 그 사람이 내개 쏟는 관심을 넘어서는 수준은 아닌지 그래서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이 주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러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는 법을 배운다면 삶은 더 큰 포용과 더 많은

다채로움을 품게 될 것이다.

그의 책 한페이지에서 가져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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