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괜히 알았다가 오히려 우환과 걱정이 더 많이 생긴다는 말과 일맥 상통할 것이다.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한 작가가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을 때..작가가 느껴야 했던 절망과 고통은 파킨슨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절망과 어둠의 순간에 희망과 하루하루를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라고 말한다.건강한 자들이 뱉어내는 공허한 충고와는 달리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피부 깊숙이 파고 들어와 내 몸의 세포의 일부가 되는 듯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건 파킨슨 병으로 자기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유롭지 못한 육체속에 묻혀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정신력에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리라.

의사로써, 아내로써, 며느리로써, 엄마로써 숨돌릴 틈없이 육아와 가사와 업무에 시달려왔던 작가..몇사람 몫을 하며 자신을 닥달하듯 살아온 그녀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후 삶을 대하는 눈이 달라졌다.

하루하루 전투처럼 사는게 아니라 삶을 즐겨보기 시작한다.

파킨스병은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굳는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글씨를 쓰고 얼굴 표정을 짓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파킨슨병에 걸리고 15년이 지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치매와 우울증, 서고력 저하 등을 동반하는데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 왜 나에게 하필 이런 일이..? "라고 ​울며 원망했을 것이다.

저자 또한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억울했을 것이다. 원망했을 것이다. 절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만 하고 드러누워 있기 보담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는데.. 하면서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더 하루하루를 애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이다. 존경스럽다.

내가 이 책을 집중해서 읽게 된 이유는 정신과 의사로써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심리상태 분석과 그에 대한 의사로써의 조언이..무척 흥미로웠으며 또 한가지 파킨슨병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였다.

주변에 의외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분이 많으신데 가족들은 환자의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는데 가족들은 지쳐가고 환자들은 자존감을  잃어간다. 짜증과 원성만이 가득하게 된다.

나는 이책을 다 읽은 후에 파킨슨 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이 책을 몇권 선물하고 싶다. 파킨슨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이고 또 이해함으로써 환자도 가족도 평온을 찾고 그 속에서 작은 평화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chapter1에서 5까지 있는데.. 각각의 chapter에는 작가의 명언들로 가득하다.

​*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 나는 가족에게 유쾌한 짐이 되고 싶다.

*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 ​아무리 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에 대하여

*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그러나 끝까지 믿어야 할 것도 사람이다.

*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 나는 나의 삶을 살 테니, 너희는 너희의 삶을 살아라.

* ​삶과 연애하라.

​의사로써 작가로써 그리고 몸이 아픈 환자로써 그녀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적어갔을 영롱한 유리 구슬 같은 메세지들이 투명한 빛을 발하고 있는 책이다.

육체는 병에 옭매여 있고 정신도 조금씩 지쳐가지만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야무지게 써내려간 작가에 메세지에 주목해야겠다.

오늘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바른 자세를 알려주는 책..만물이 생동하는 화창한 새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