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듯이
김혜영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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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는 SNS에 소식을 올렸다.

책 표지를 찍은 사진과 새해 첫날 작가의 싸인이 담긴 책을 받았다는 나의 자랑질에 "제목 좋은데.."라는 친구의 댓글이 달렸다.

그제서야 다시 한번 책 제목을 들여다 봤다.

"더듬듯이​" .. 그리고 몇번을 입속에서 그 단어를 굴려본다..

더듬듯이..더듬듯이..!!

​손으로 더듬다는 것은 시각이나 후각보다 더 민감한 촉각을 이용하는 거라서 임팩트가 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충 할 수가 없다. ​

이 책의 저자인 정혜영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을 더듬듯이 해야한다고 했다.

자신의 글에서만큼은 오류 없이 독자와 함께 호흡하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관찰하고 더듬는 것이 글 쓰는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이 유독 내 눈에 띄었던 것은

작가의 재치있는 책에 대한 "안내서"였다.

[이런 분은 부작용을 주의하세요]라는 작가의 깜찍한 경고는 부작용을 감내하면서라도 읽고 싶게 만드는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들께 권장합니다]라는 추천글에서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재치있고 센스있고 말재주 좋은 친구를 만난듯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넘긴다.

​40대 중반의 동년배의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꼭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화들짝 놀랄때가 많았다.

어려운 이야기도 없고 생소한 이야기도 없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가족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 정감간다.

나하고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다른 세상에서 온듯한 작가의 글이 아닌..

지금이라도 사람없는 한적한 까페에 마주앉아 차 한잔 시켜놓고 깔깔대고 웃으며 거리낌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감대 100%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듯했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래요"라고

공감의 표시를 했다.

친구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오해 할 만큼 부모님의 연세가 많았다는 것..

그래서 젊은 부모님을 가진 친구가 부러웠다는 작가의 말에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나두 그랬어요"라는 공감의 표시이다.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 세상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겼지만 정작 부모님은 두분다 돌아가시고 안계셔서 맏이인 나는 명절만 되면 명치끝이 묵직해진다.

내가 젊은 부모님을 가진 친구가 부러웠던 것은..내가 미처 어른이 되기도 전에

나이 많으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책은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고 하루종일 종종거리는

우리들의 이야기을 실었다.

소소하지만 하나하나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들의 이야기들이 작가의 글을 통해

비로소 알록달록 색깔을 띄게 되었고 햇볕에 반짝이는 보석이 되었다.

책을 읽고 있으니 웬지 모를 행복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주리가 틀리도록 밋밋하고 재미없는 내 일상도

사실은 꽤나 얘기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일상을 지내고 있는 나와 닮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동질감이 살짝 나를 흥분시킨다.

이 책을 읽다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웃거나 옷소매에 눈물을 찍어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분에게 우리네 인생도 더듬듯이 그렇게 보내보자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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