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맨 -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길을 나선다.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낯선 곳에서 보고 느끼게 될 새로운 경험들..길지 않은 여행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도 좋으리라.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독일청년 파비안의 여행은 좀 독특하다.

자기의 능력과 기술을 담금질 하기 위해 떠나는 세계여행, 계획된 것이란 없다.

무모하다 싶은 용기 하나로 성큼 세상 밖으로 떠나는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독자는 이 베짱 좋은 청년에게 매료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할 때즈음 남들은 좀 더 나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때 엉뚱한 이 청년은 중세시대 장인들이 세계를 떠돌며 기술을 연마하던 "수년여행"에서 그 영감을 얻게 된다.

달랑 30만원을 들고 처음 찾은 중국 상하이에서 문화적인 차이와 지독한 고독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찐한 정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장벽을 넘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교훈도 얻게 된다.

짦게는 한달, 길게는 수개월동안 세계 여러나라, 여러 도시에서 머물며

자신의 전공을 살려 건축보조, 사진촬영, 디자인등 프로젝트를 맡아 일을 하며

숙식을 제공 받는다. 보수는 없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단기 일자리에 보수도 없으니 설렁설렁 일을 해도 될법도 하건만 그는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기뻐하며 때로는 몇일을 밤을 새기도 하고, 도저히 불가능할거 같은 어마어마한 양의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이 순간순간 밀려오지만 "수련자"로써의 허트러지지 않도록 매 순간 마음을 다 잡는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어느 외국 청년의 지독히도 운좋은 해외 여행기쯤으로 생각하였다.

운 좋게 일자리를 구하고, 운 좋게 좋은 사람을 만나, 머물고 있는 그 나라 관광도 좀 하며 재미있게 보낸 2년 2개월의 여행기쯤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중간도 채 읽기 전에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거저 오는 행운이란 없구나.. 하는 것이였다. 주인공인 파비안이 설령 운 좋게 일자리를 잡았다 하더라도 나는 곧 떠날 사람이니 내 맡은 일이나 하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을 했다면 그에게 다음, 그 다음의 여행지에서 일자리를 잡는 행운이란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 외에도 일을 찾아서 하는 그의 열정과 성실성이 결국 그를 성장하게 했고 함께 일한 사람들과의 신뢰감을 얻게 했고 사람들로 부터 인정받게 되었고 비로소 자기의 스펙이 되는 것이라는 걸..

중국,말레이시아,인도, 이집트, 에티오피아,호주, 미국,쿠바,도미니카 공화국, 롤롬비아를 여행했던 2년 2개월 동안 그는 검고 투박한 흑연이 아닌 투명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된 것이다.

쉽게 부서지는 흑연과 달리 단단하면서도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같은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이지만 세계여행을 하며 수련 여행이라는 혹독한 방법은 택하여 자신을 담글질해 온 파비안은 그렇게 단단하고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고국인 독일로 되돌아 왔다.

떠나기 전 자신을 걱정하고 비웃기까지 했던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보람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성숙시켰다.

"삶은 주어진 것이다. 그것은 선물일 수도, 부역일 수도 있으나 어찌되었든 최선을 다해

제 몫을 살아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그의 말이 긴 여운이 되어 나의 등을 떠민다.

지리멸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그의 수련여행은 젊었을때의 한때의 객기가 아닌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고맙고도 매서운 충고였다.

재미와 교훈과 감동을 가져다 준..특별한 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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