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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아, 웃어라 - 웃으면 화가 풀리고 한 번 더 웃으면 인생이 풀린다
원영 지음 / 갤리온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제가 대신 욕 좀 해 드릴까요?"
이 책에 쓰여진 이 한마디는 소화불량으로 답답한 속에 소화제 한병을 마시고
"크억~"하고 트림을 하고 난 후의 시원함이 느껴졌다.
체면차리느라 품위유지하느라 화나고 답답하지만 꾸역꾸역 억울함을 삼켜야 했던 사람들에게 대신 욕해주겠다는 것 만큼 통쾌한게 또 있으랴.
게다가 그 내편이 만인들로 부터 존경받는 종교인이라면 더더욱 든든할 것이다.
원영 스님의 '인생아, 웃어라'는 그 첫 대면부터 시원스럽다.
chapter1에서 chapter4 까지 인생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스님이 들려주시는 깨알같은 지혜와 충고들이 가득하다.
그중 가장 내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죽음을 앞둔 암환자의 이야기였다.
"처음엔 충격이었죠, 근데 주위를 보니까 다들 암이더라고요.
뭐 이제는 특별한 병도 아니니까. 처음 수술할 땐 꼭 살아야지 했는데 이제는 하늘의 뜻에맡길 수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아쉬워요.
멋진 남자랑 찐하게 연애 한번 해 보고 싶은데 이 병원에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안보여요. 병원을 옮겨야 하나? " p22
이 글을 읽다 나는 빵터졌다.
죽음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온 말기 암환자의 유머 한마디가 멀쩡하게 하루를 살고 있는 나보다 더 밝고 화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웬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차라리 용서하지 마요! 용서할 수 없으면 용서하지 마세요.
너무 힘들면 욕하고 소리쳐요, 싫다고, 나가라고, 그리고 보지 마세요.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말고, 용서가 안 되면 용서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어머니라고 반드시 용서해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지키는 게 가장 먼저죠" p67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곱디 고운 어머니는 어린 그녀를 놔두고 집을 나가 재혼을 하게된다. 어린 그녀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된 그녀는 어린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원망하고 증오했다. 시간이 흘러 할어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홀연히 어머니가 되돌아왔다.
그리고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하게 그녀에게 어머니 역활을 하려고 든다.
그 어떠한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이 그녀의 사생활까지 간섭할려고 달려드는
어머니를 그녀는 용서도 못하고 미워하지도 못하며 괴로워한다.
그런 그녀에게 스님은 용서하지 말라고 한다.
제가 용서라는 가치를 믿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왜 용서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용서는 상처를 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게 아닙니다.
용서는 상처 준 이를 향한 미움과 원망에서 스스로를 놓아 주는 일입니다.
즉 상처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평생 그것에 사로잡혀 있거나 그로 인한 피해 의식에 짓눌려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지요.p68
나는 스님의 이 말씀의 참뜻을 그러부터 얼마 되지 않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여흘째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뉴스에서는 이 사고에 대한 특집 방송을 해대고 있다. 수백명의 실종자들 중 많은 수의 실종자들이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이였다는 사실은 그 또래의 아이들 둔 나로써는 몇일을 분노와 충격과 무력감으로 힘들게 보내야했다.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한명의 승객이라도 더 구해야 하는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제일 먼저 배를 빠져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나는 껴안고 있던 베개를 내 던지며 격하게 흥분했다. 절대로 용서 못한다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을때 공교롭게도 나는 스님의 책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시간이 한참 더 흐른 뒤에 그들도 죽음 앞에서 의연해 질 수 없는 인간들이였구나 하며 그들에 대한 손가락 한마디쯤의 이해하는 마음이 생길때까지..그때까지만이라도..차라리 욕하고 소리치며 내 속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인간다운 모습로 있자.그래...무리하게 용서할려고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내 마음을 흔들지 말자.
지금 당장은 힘들고 죽을 것같이 힘들어도 우리네 인생은 웃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 웃으면 화가 풀리고 한 번 더 웃으면 인생이 풀린다고 하신 스님의
말씀이 쓰라린 내 속을 달래주었다.
오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많은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