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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평점 :

장 자끄 상뻬.. 그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그림들은 전혀 낯설지 않다.
언제인가는 확실치 않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 왔던 그림..
내 기억속의 어느 한 구석엔
밝고, 즐겁고, 이국적이지만 낯설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묻어 있는 그의 그림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낮은 탄식같은 감탄사 한마디가 나왔던 것이리라.
어릴때의 아물아물하던 기억이 되살아 났을때의 경이로움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고..
내가 전혀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작가의 결코 아름답지 못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책을 통해 듣게 되었다.
이 책은 전 텔레라마 편집장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프랑스인들의 이름은 너무 어렵다..)가
작가인 장 자끄 상뻬를 인터뷰 하는 형태로 저술되어 있다.
작가의 그림이 걸려져 있는 프랑스풍의 거실에서 진한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살아온 옛날 이야기를 하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읽는 독자들도 편안하게 읽어 내려 갈 수 있다.
이 책을 접하고서 비로소 작가의 어린 시절, 그를 둘러싸고 그를 지배하려 들었던 "환경"을
알게 되었다. 양아버지와 어머니의 잦은 부부 싸움, 어린 상뻬에게 가해졌던 폭력, 방치 되었던 아이..
그 어린 아이는 집안 살림을 닥치는 대로 깨고 던지는 소리, 부모의 고함소리, 자신에게 날아드는 주먹, 상처 받기 쉬운 어린 영혼을 달래는 방법으로 머리속으로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며 힘들고 암울했던 시기를 벗어나지 않았나 싶다.
나는 10여년 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시설에서 보호 받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가 함께 놀아주고,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하였다.
아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없는 아이들이나
가정 폭력이나 아동학대로 부모와 격리되어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몸은 깡말라 있었고, 몸에는 수십군데의 상처와 멍자국, 딱지들이 앉아 있었다.
몸보다 아이들의 정신은 더 망가져 있어서, 힘겹고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머리속에 혼자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놓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구분짓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가위에 눌리거나 밤마다 두려움에
이불에 쉬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게 그림 치료이다.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의 다친 마음과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는 그림치료는 많은 아동 시설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다.
어린 상뻬는 어떠했을까..
그도 부모님들의 싸움과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만 하더라도 아동학대나 보호에 대한법적인 제도 장치가 없었을테니 혼자서 고스란히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지 않았을까 싶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삐툴어 지기 쉬워겠지만 , 그는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림을 택하였다.
그의 그림은 무겁지 않고,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정도로 행복해진다.
넉넉한 여백은 여유롭고, 아이들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그 또한 천진난만하게 아무런 근심 걱정거리 없이 뛰어노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더욱 더 동경하였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럴까 .. 그의 그림속의 인물들은 웬지 모르게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한권의 이쁜 동화책을 읽는 것 마냥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나는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느꼈다.
단 한순간도 부모님을 원망한 적 없어요. 그분들은 그저 힘자라는 대로 사셨으니까요. 그래도 아들을 얼싸안아 주는 친구 엄마들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죠. 난 늘 얻어맞기만 했으니까요. (23P)
그렇죠. 하지만 난 그래도 행복한 아이들을 상상하기를 좋아하죠. 자기도 모르게 행복한 아이들 말입니다.
실제로는 언제나 행복하지 않아도 말입니까?
늘 행복하지는 않아도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구실을 찾아내고야 말죠. (4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