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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인 모리 히로시는 모 국립대학 공학부 조교수로 재직중이며 또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문과도 아닌 이과 공학부 교수가 책을 쓰는 소설가라니..
그의 특이한 이력이 내 관심을 끈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 아닐까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온갖 미사어구로 화려하게
장식된 문장이 아닌 담백한 문체가 독자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꽤 친절한 소설이였다.
주인공인 기타로 하시바는 어린시절 그대지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수학과 물리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중고등학교때와는 다른 대학 생활을 기대하며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지만 기실 지금까지 중고등학교때와의 공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대학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다 대학 졸업논문을 앞두고 기시마 선생을 만나게 되며서 진정 학문의 깊은 세계에빠지게 된다.
하시바의 졸업논문이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기시마 선생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도대체 언제쯤 등장하는건지.. 궁금증에 조바심을 내면서 읽었다.
오히려 주인공인 하시바보다 더 중요 인물인 기시마 선생은 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으리라. 날카롭고 지적이고 차갑고 냉철한 인물을 내심 바라며 그리고 있었나보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기시마 선생님의 등장은 "엥?"하는 나의 외마디 소리와 함께 보기좋게 내 예상을 빗나갔다.
아무튼 선생의 외모는 선생의 진짜 개성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평범하고 수수하다. 눈에 띄는 데도 없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인으로, 아마 길거리에서 봤어도 눈을 돌린 순간 잊어버릴, 그런 평균적이고 평범한 외모다.
하지만 이때부터 나는 선생의 인격에 조금씩 끌리게 되었고 점점 멋있어 보였다.
나 스스로도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본문 104)
하시바가 기시마 선생을 만난 이후 본격적인 대학원 수업에 돌입하게 되고 지도를 받고 연구를 하는 이야기들로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물리나 수학에는 영 젬병이라 주인공들이 하고 있는 연구내용이 확 와닿지는 않았지만 학문에 대한 깊은 열정과 순수한 탐구열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대단한 반전이나 극적인 구성은 없는 조용한 책이지만..
읽은 내려가면서 조용하고 잔잔하게 감동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주인공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때문이였다.
내가 그 시절 그렇게 하지 못했던 거에 대한 후회와 부러움 그리고 조금의 질투까지 포함한 묘한 감정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를 이끌어 줄 좋은 선생을 만나고.. 내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는 제자를 만난다는 건 스승이나 제자에게 둘도 없는 행운이자 행복이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하시바와 기시마 선생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둘도 없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듯하여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잔잔하고..잔향이 깊은 소설을 만난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