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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 샛길 산책자 김서령의 쫄깃한 일상 다정한 안부
김서령 글.그림.사진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제목이 무척 내 마음을 끌었다.
직장 생활을 하든, 전업 주부이든,, 누구에게나 휴식은 필요하다.
특히 나 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주중에는 업무라는 그물 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간혹 업무를 마친 저녁시간에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하는 경우는 있어도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다 보면 그마저도 기분이 안난다.
딱히 뭘 하겠다는 계획도 없지만..월요일 아침부터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딱한 신세다.
작가 김서령..
부끄럽게도 나는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
비교적 가리지 않고 다독을 다는 편이지만 김서령 작가의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한걸
보니.. 내 독서량도 어디다 자랑할 거리는 못되나 보다.
작가 본인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은 이 책에서
와자지껄한 웃음과 희뿌연 담배 연기와 소주의 찌릿함이 느껴진다.
이제 마흔이 되는 골드미스의 일상의 이야기..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식없이 터 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언제나 내 편인 부모님, 그리고 한달 용돈 30만원쯤 내 놓을 줄 아는 마음 깊은 여동생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은근 슬쩍 부럽다.
남의 눈치 보지 않는 대범함과 누구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귀염성과 자신의 삶을
사랑 할 줄 아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독자는 그녀의 어릴때 고향길를 따라나서고 하노이를
함께 여행하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꽤재한 모습
으로 함께 기차를 타게된다.
재잘재잘 털어놓는 그녀의 연애담 또한 눈이 반짝이고 귀가 쫑끗해진다.
원래 남의 사랑얘기는 인류 탄생이래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이기 때문이다.
경쾌하고 담백한 문체가 읽기에 전혀 부담없고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스러운 표현에
책을 읽다 혼자서 몇번이나 낄낄 거렸는지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함께 하진 못했지만 작가의 일상에 나도 끼여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함께 웃고 인생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느 타임에서 독자를 웃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느 타임에서 센티멘탈 하게 만들어야
하는지..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가는 글쟁이로써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져 내친김에 읽어볼 생각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주위에는 혼기를 훌쩍 넘어선 골드미스들이 넘쳐나고 있다.
공부도 할만큼 하고, 경제적인 능력도 되고, 나름대로 멋도 아는데..정작 인연을 만나지
못해 아직 싱글인 그녀들..가끔 한숨 푹푹 쉬며 앞날이 걱정되고 외롭다는 얘기를들
자주 해온다.
인연이란 억지로 만들어선 안되는 거고 결혼이란 필수가 아니라고 말해줘도 귀에 안들어
오나 보다. 그런 그녀들에게 김서령 작가의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라는 책을 슬쩍
권해줘봐야겠다. 작가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라고..백마디 말보다
책 한권 건내는것이 품위 있어 보일테니 말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 책을 일요일 침대에서 딩굴거리며 읽었다.
더위도 한풀 꺾여 창문가득 들어오는 햇살이 밉살스럽지 않은 화창한 일요일..
무료하지 않게 나의 일요일을 가득 채워준 이 책이 새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