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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 - 가슴으로 써 내려간 아름다운 통일 이야기
이성원 지음 / 꿈결 / 2013년 8월
평점 :

통일부 이성원 과장
이 책을 지은 지은이의 직함과 이름이다.
이 책의 저자만큼 북한 인사와 많이 접촉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명실공히 북한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북한 전문가가 전하는 통일 이야기가 그 접근 방법이 궁금했다.

책 표지에 가슴으로 써내려간 아름다운 통일 이야기 라는 글귀가 보인다.
"틍일"에 대한 수 많은 접근 방법중 이 글의 저자는 하드웨어적인 방법이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그런 방법이 통일을 한발짝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통일 이야기를 머리로 하게 되면..이데올로기가 발목을 잡는다.
국가적인 이익이 고려되어야 하고 ,남북간의 고지쟁탈전도 생각 안 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하고, 이것 저것 생각하고 고려하고 고민해야 할 수백가지도 더 되는 문제와 부딪히게 된다.
통일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민간 차원에서 이룩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이러한 접근 시도는 통일에 큰 힘이 되어 줄것이라 믿는다.
이 책에는 2000년 초부터 시작되는 남북한의 스포츠교류, 물자지원, 이산가족상봉, 문화교류 등에 대해서 저자가 겪은 일들을 중심으로 사실적이면서도 주관적으로 저술하고 있다.
그 가 겪은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 감동받기도 하고, 전혀 몰랐던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배를 잡고 웃다가, 눈꼬리에 촉촉하니 눈물이 맺히기도 하며 참 재미있게읽어 내려갔다.
북한 주민들의 놓여진 상황을 이해하고 측은 지심으로 바라보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써내려가 간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에 같이 동화되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거라고 으름장을 놓을때의 북한은 상종하기 싫은 안하무인, 고집불통에 뭔 짓을 할지 모르는 전과자 같은데.. 이 책에서 접하게 되는 북한 사람 한명 한명은 오히려 남한 사람들 보다 덜 때묻은 순진함이 보이는 시골 총각같다는 느낌이다.
오랫동안의 분단과 교류의 절단으로 인해 서로간의 오해와 이해의 부족으로
이제는 '통일'같은거 꼭 해야 하나..'통일'되도 골치아픈데..
이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살면 되는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남한과 북한은 자주 접촉해야 한다. 자주 만나야 미운 정도 쌓이고 고운 정도
쌓인다. MB정부 이후 북한과의 관계에 냉전기를 맞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도 이후부터는 북한과의 그럴듯한 접촉이 없었고 오히려 전 대통령들이 이루어 놓은 대북사업이 뒷걸음치는 결과를 가져왔지 않았나 싶고 그러한 점이 내내 안타깝다.
국가적 차원에서 절대로 '통일'은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딱딱한 통일 논쟁이 아닌 저자가 직접 겪었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통일 이야기..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을 깨닫게 만들고 왜 통일이 필요한지 깨닫게 되는 책이다.
저자의 말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이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다.
진심으로 대하고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되 모든 일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위험 부담이 있어도 가치 있는 일이라면 위험을 감내할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나치게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가 없다. 민족의 앞날, 통일의 첫걸음은 서로를 용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북 협상은 내게 이익이 되는 방향보다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특히 북한 측에 뭘 가르치겠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저들대로의 삶의 양식을 인정하면서 우리 것을 보여주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민족통일이 가져다 줄 꿈과 비전을 생각하면서 비록 지금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우리 후대가 결실을 수확할 것이란 소망을 갖고 대화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국력이 북한보다 족히 30배 이상 되지 않느냐.
가진 자의 여유와 배려, 그리고 희생을 감내한다는 자세가 매우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에피소드를 말한다면 북한의 말과 남한의 말이 달라
웃지 못할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오래전 일로 기억하는데 통일 전망대 가는 길에 북한 음식 전문점이 있었다.
이북식 만두, 냉면, 꿩고기등이 주된 메뉴였는데 그 집 메뉴판에 '단고기'
라는게 있었다. 생전 처음 그 단어를 접한 나는 '달작지근한 고기'로 풀이하고
불고기쯤으로 나름 생각했다. 그래서 단고기 달라고 주문을 했더니 그 집 종업원 염려스러운 얼굴로 날 쳐다보더니 "이거.. 개고기인데요" 하는 것이다.
으윽... 난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곧바로 그 집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오랜 분단이 남한과 북한의 언어조차 통하지 않게 만들었나 보다.
오래전 일본에서 유학을 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가게에 흰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한무리의
조총련계 여학생들이 물건을 사러 들어왔다. 조총련 학생들은 흰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가 교복이다.
그 순간 나는 한국에서 받았던 "해외에서 북한 주민들과 접촉 했을때의 주의 사항" 교육이 생각나서 곧잘 하던 일본어도 더듬거리고 눈도 못 마추치고 어리버리하게 그 학생들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쓴 웃음만 나온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인이나 다름없는 그 학생들이 일본인들 틈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한복을 입고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은 혹시 모를 차별도 겁내지 않고 떳떳하게 조선인으로써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 용기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흑백논리로만 남북 문제를 볼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시선과 따뜻한 마음으로 북한을 볼 수 있는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