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 허허당 그림 잠언집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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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신 허허당 스님의 법명이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되었다.

虛虛堂 - '비고 빈 집'이란 뜻으로, 깨달음은 결코 찾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 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에 스스로 법명을 바꾸셨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손하게도 스님의 법명을 다르게 해석하고 싶어졌다."허허..맞아..맞아..맞는 말이야." 하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때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웃음 소리..허허.

 

그랬다. 스님의 글 한줄 한줄은 고민과 근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답을 얻지못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뭘 그렇게 걱정하나..세상이란 이런거야'하며 툭 던지듯 들려주는,눈이 번쩍 뜨이는 정답이였다.


 



 

차 한잔 마시며 스님의 책을 음미하며 찬찬히 읽고 싶어졌다. 은은한 차의 향기처럼 허허당 스님의 글에서도 들꽃같은 향기가 난다.

 

들려오는 거라곤 온통 자동차의 소음과 먼지, 사람들이 토해내는 악다구니, 먹고

버린 음식에서 나는 악취만 진동하는 도시에서 귀를 막고 숨을 참아야 하는 사람들이 안쓰러워 스님께서 폐 깊숙히 들어 마시고 싶어지는 향긋하고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 같은 그런 글 한 줄을 주셨나보다.


 


 

스님의 인생이란 글을 읽다 갑자기 울컥해진다.

 

"인생이란 그런겁니다. 울고 싶어질 때도 있고, 웃고 싶어질 때도 있으니

오늘 슬픈 일이 있었다고 해서 낙담하지 마세요.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위로 해주시는 듯 했다.

힘들고 지친 자에게 선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스님의 글은 위로였고 격려였고 그리고 맞장구였다.

그래서 참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위의 그림처럼 한 장을 다 채우지 않았는데도 꽉 차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백을 둔다는 것은 채움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 여백 만큼 내 생각과 내 깨달음을 채울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꽉 찬것은 없으리라.

 

붓으로 막 대충 막그린 듯한 그림들이 참 편하게 느껴진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그림이 참 친근하다.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그림들.. 세상을 둥글게 살아라 라는 스님의 뜻이

느껴진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정말 크게 위로(?)를 받은 경험을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한줌도 안되는 얄팍한 지식을 떠벌리고, 다른 분들을 무시하고, 여성 비하 발언도 하며, 소위 자기 자랑질이 심하여 다들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 자랑만 하면 이 쪽도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은근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말투 때문에 다들 심기가 불편한 터였다.

 

마침 다들 모일 기회가 있었고 얘기 끝에 예의 그 문제 많은 사람 얘기가 나왔을때 내가 이 책을 꺼내들고 스님의 '바로 보기'라는 부분을 낭독했다.

 

      바로 보기

 

자신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은

어딜 가나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자신을 살피지 않고 자기 도취에 빠져 있는 사람은

늘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

 

자신을 바로 보지 않고서

무엇을 의지해 살려고 하는가

 

자신을 정직하게 보지 않는 사람은

천만성인이 길을 터줘도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허허.. 딱 맞는 말씀이네" 다들 한바탕 웃고나니 짜증났던 일들이

스스르 풀렸나 보다.

"그러고 보니 그 양반도 딱해. 외로웠나보네. 오죽 자랑할 데가 없었으면"

스님의 한줄 글에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불편했던 심기가 풀리며 측은 지심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이다. 참 놀랍다. 글 한줄의 힘이라는 것이..

화났던 마음을 풀어주고 지친 마음엔 따뜻한 위로와 온기를 나눠주는

스님의 글에 큰 감동과 고마움을 느꼈다.

두고 두고 곁에 두고 싶어지는 책이다.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인 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세상사에 괜시리 짜증나는 분,

사는게 재미없다 느끼는 분, 당장이라도 쓰러질듯 지치고 힘든 분

 

허허당 스님의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를 권해드리고 싶다.

나를 반성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여유로움이 틀림없이 생기게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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