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파랑새 그림책 97
이원수 글, 김동성 그림 / 파랑새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권의 그림책이 명성 높은 대가의 작품보다 더 감동적일 때가 있다.

고향의 봄은 나에게 그런 책이다.

누군가 '이거 너 어릴때 사진 맞지?' 하면서 내미는 컬러 사진 몇장 속에서

잊고 있었던 내 어릴때의 모습들을 봤을때의 그 반갑고도 뭉클한 감정

'아~~' 하는 낮은 신음 같은 소리를 토하게 만드는 그런 책.

그게 바로 이원수 선생님의 '고향의 봄'이였다.

 

작가인 이원수 선생님의 글에 홍난파 선생님이 곡을 붙여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시작하는 동요가 된것이다.

 

이 노래의 배경이 된것은 경상남도 창원이다.

지금은 경남도청이 소재해 있고 마산과 진해와 합쳐진 통합시가 되어 109만명이 사는 지방 대도시가 되었지만 내 어릴적 창원은 온통 논밭 투성이인 작디 작은 시골이였다.

 

나는 어린시절 창원옆의 마산에서 자랐다.

이원수 선생님의 회고록에는 창원에 비해서는 대도시라는 표현을 쓰셨지만

기억속의 마산도 이 책의 그림들 처럼...딱 그모습이다.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에는 마땅히 대문 같은게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내 집 드나들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가끔 낯선 사람이

들어와도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물한바가지 건네주던 텁텁한 정이 있었던

그 시절..

 



어린 나는 학교가 파하면 동생을 데리고 친구들과 함께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언니나 형한테서 물려받은 헐렁한 옷들을 입은 까무잡잡하고 꽤재재한 우리들은

온 세상이 내것인양 들판으로 산으로 몰려다녔다.

봄이 오면 앞 산엔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진달래등 만발한 봄 꽃들이 온 산을

뒤덮은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우리는 그 보드랍고 연한 진달래를 맘껏 따먹기도 했다.

 

 

학교가는 길에 커다란 느티나무랑 수양버들이 있었다. 수양버들이 그 긴머리를

바람결에 풀어헤치고 있으면 우리는 그 사이를 요리조리 뛰어다니고..

키 작은 내가 수양버들 머리칼을 뽑겠다고 깡총깡총 뛰면 동네 오빠들이

나를 번쩍 들어다 수양버들 가지를 꺾게 했지만 어찌나 줄기가 세든지 손바닥만

벌게지곤 했다.

 



 

가끔 엄마가 부침개라도 부치는 날이면 고소한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하고..

어느새 막걸리, 김치, 동치미를 들고 하나 둘씩 모이시던 농네 분들..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함께 나눠먹고 즐거움을 나누는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잣치기, 팽치치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 숨바꼭질등을 하며 하루가 모자라게

떠들고 놀았던 내 어릴적 추억들

책장을 넘길때 마다 먼지 쌓인 창고에서 오래된 필름을 찾아 다시 돌리듯..

내 기억은 한구석에 있던 어릴때 추억들이 떠올랐다.

 

나이를 먹으면 그리움이 커지는 모양이다.

어렸을때의 걱정 근심 없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 한장씩 책장을 넘길때 마다

책 속에서 뭉글뭉글 피어나고, 친구들의 꺄르르 웃음 소리가 들린다.

 

이 책을 나는 손으로 더듬고 눈으로 훑으며 가슴으로 읽어 내려갔다.

후리릭 넘기기에는 페이지마다의 그림들이 눈물 겹도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책속에는 내 친구 영옥이와 경식이도 있고, 우리집 강아지 아롱이도 있고,

쌀집 할아버지도 계시고, 그리고 엄마도 계신다.

 

중년을 넘긴 이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게 되는 보물 같은 책..

아이들을 옆에 앉혀놓고 엄마, 아빠가 어릴때 뛰어놀던 시골 모습을 얘기해주고

싶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