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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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책을 읽다 정말 펑펑 운게 딱 두번있다.

첫번째는 초등학교 2학년때 프란다스의 개를 읽었을때였다. 주인공인 네로와 파트라슈가 한겨울에 성당에서 숨을 거둘 때 어찌나 소리내어 울었는지.. 결국 눈이 퉁퉁 부어 학교에 등교해야 했다.

그리고 그 두번째가 신달자의 엄마와 딸이다.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낸지 만2년이 된다. 엄마를 보내고 난 후 나한테 엄마라는 단어는 항상 눈물과 함께였다 엄마라는 소리만 들으면 눈가가 따끔거리고 뜨거운 침을 연신 삼켜야했다. 장소불문하고 주책없이 삐질거리고 나오려는 눈물을 그렇게 해야만 겨우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엄마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곧바로 치매와 급성 신부전증, 고관절 골절로 병원 침대에서만 누워서 지내야만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10개월간 엄마는 병원과 요양원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지내셔야 했고 간병인과 교대로 나는 엄마의 곁을 지켰다. 남들은 그런 나를 치매걸린 친정엄마를 극진히 보살피는 착한 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는 엄마와 오랫동안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서로를 미워하는 사이였다. 가족이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립고, 가까이 있으면 증오하는 사이일까?

 

엄마의 삶의 방식이 답답했고 아버지와 평생 그렇게 싸우시면서도 헤어지지 않으셨다.

그리곤 늘 내가 너거들 때문에 이렇게 산다 아이가하셨고 나는 그런 소리조차 지겹다며 치를 떨었다. 엄마처럼 안살겠다고 울면서 얘기하던 어린 소녀가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어린 소녀였던 내 나이 또래의 딸을 두고 있다.

이제는 정말 그때의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듯한데.. 이제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철없이 대들어서 미안했었다고 한마디 할수도 있는데..

엄마는 내 곁에 안계신다.

천년 만년 내 옆에 있어 주실거 같던 엄마가 고약한 병마와 싸우시다 저 세상으로 가신지..2년이 되었다.

이렇게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시고 있으실지.. 

 

신달자 작가의 에세이 엄마와 딸을 읽는 내내 나는 나의 치부를 드러낸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숨기고 싶었던 나의 가정사를 들켜버린 기분이랄까.

내가 과거 엄마의 가슴을 마구 할퀴었던 그 날카로운 말들, 엄마의 힘겨움을 애써 외면할려고 했던 나의 무관심, 약간의 경멸, 무시 내 자신조차 잊고 싶었던 내 자신의 추한 모습들이 엄마와 딸들에서 그대로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었다.

 

저자의 글 한줄 한줄이 가슴속에 와서 박힌다.

지금껏 참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작품과 내 경우가 일치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어쩌면 이렇게 엄마와 딸의 관계를 잘 표현했는지 놀라워하며 글을 읽는다.

그리고 얄팍하게도 나만 그런게 아니였구나.. 이 작가도.. 그리고 예를든 많은 이들의 경우처럼 다른 이들도 엄마를 할퀴고 한때는 미워하고 그리고 미안해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에 조금의 위안도 되었다.

 

저자가 눈물로 쓴 엄마에 대한 사모곡처럼 나 또한 눈물로 이 글을 쓴다.

 

엄마와 딸, 그 치열하고 지긋지긋한 관계..하지만 서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관계..이 시대에 딸로써 엄마로써 살아가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신달자 작가의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운 문체로 쓰여진 책을 읽으며 이 땅의 많은 딸들이..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그리고 많은 딸들이 함께 공감하고 함께 울며 가슴속의 응어리들을 토해 낼 수 있는 보기드문 수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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