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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按酒
이효재 지음 / 초비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저자인 이효재님의 소개글을 보니 첫 문장으로
한복을 짓고 보자기를 매며, 살림을 가꾸어 온 사람..
첫문장만으로 이효재님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초 단위로 돌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의 삶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여유와 풍류를 멋을 아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글 속에서 많은 독자들이 대리 힐링을 하게 된다.
이번에 출판된 효재 안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고
나누고, 이어주고, 기억하게 하는 삶의 한 장면이다..라고 한다.
안주라는 것은 필히 술이 곁들여져야 구색이 맞는다.
술이라는 것이 과하면 못볼꼴을 보게 되지만,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과
적당히 하게 되면 이만큼 사람과 사람을 끄는 친화적인 매개체도 없을 것이다.

그 술상의 주인공은 술이 되어야겠지만 그 술을 빛내주는 것이 또 안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
이 책은 단순히 안주를 소개하는 요리책이 아니다.
좋은 안주가 곁에 있으면 대화가 깊어지고, 그 대화속에서
관계가 무르익는다. 그렇게 삶은 풍요로워지고 사람 또한 넉넉해진다.

저자는 현재 도시를 떠나 괴산에서 살고 있다.
눈을 뜨면 사방이 산에 폭 안겨있는 곳..그곳에서 자연이 주는 넉넉함을 오롯이 느끼며즐기고 있다. 도시에서는 부정어를 더 많이 듣고 또 많이 쓰며 살아갔지만, 이곳 산골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뿌옇게 탁하고 흐리지 않고, 영혼까지 맑고 밝아지는 듯 할것이다.
시골에서 살면 불편한게 너무 많을거야. 역시 도시가 최고야 하면서도
우리들의 마음 한곳에는 시골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묘한 마음이 숨겨져 있는듯 하다.

직접 시골살이를 하지는 못하는 나는 저자의 삶이 몹시도 부럽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일상의 이렇게 시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한 여지없이 부럽기만 하다.
삶을 나의 시각으로 나의 향기로 채우고 짓고 이어가는 삶이란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은 삶이지 않을까..

그녀의 안주는 민낯이다.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칡잎으로 플레이팅의 멋을 더했을뿐..
과한 식재료로 호화롭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녀가 소개하는 몇가지의 안주는 흉내라도 내보고 싶다.
찜기에 딱 5분만 쪄서 내놓은 방울양배추.. 여기에 홀스래디시에 청양고추를 섞어 만든
소스를 겻들이기만 하는 초단간한 음식이지만 쪄 내는 최소한의 요리법으로 방울양배추가
가지고 있는 식감과 영양을 최대한 살릴 수있는 요리가 아닌가 싶다.
오이탕탕이.
오이를 방망이로 두드려 간수를뺀 소금을 꼽게 빻아서 뿌리고 청양고추를 넣으면 끝.
너무 간단한거 아냐? 싶기도 하지만 꾸밈없는 정직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가지 구이
가지른 손가락 마디 만큼 잘라서 에어프라이어에 굽고
엔쵸비를 잘게 다녀 가볍게 섞은 요리..
간단한 방법에 비해서 완성된 요리는 고급 한정식 집에서 나올법한 비쥬얼이다.
그 밖에도 단순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결코 예사롭지 않을듯한 요리로는
양배추 레몬샐러드 - 썬 양배추와 레몬
오이 레몬샐러드 - 채선 오이와 레몬즙
오이전- 채썬 오이를 전으로 부쳐 낸다.
어느것 하나 과한 것이 없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야채로 만든 품격있는 안주들이 술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산을 바라보며 한잔 기울이며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안주를 한입 먹으면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지 않을까..
술을 못마시는 편도 아닌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술들을 보면
이렇게도 다양한 술들이 있었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각 지역마다 특산품인 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잔쯤 마셔보고 싶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효재식 센스가 더해져 멋과 풍류를 지닌
선비같은 삶과 방식을 바라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