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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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채기성 작가님은 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앙상블'이라는 단편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21년에 장편 소설인 '언맨드'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의 신작 장편소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은 마음이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힐링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부암동.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교통편도 그닥 편치 않은 이곳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호수는 기업이 운영하는 사회재단 사내 아나운스에 도전했지만 불합격 통지를 받게 됩니다.

벌써 6년이라는 시간동안 취업을 위해서 노력했지만 결과는 늘 그를 실망시킵니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호수에게 부암동 미술관에서 미술관 행정직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우연찮게 미술관에서 일하게 된 호수.

자신이 원하던 자리가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여느 미술관과는 좀 달랐죠.

랑데부 미술관은 자신의 내밀한 고민과 소원을 말하는 방문객들의 사연을 받아 채택된 사연을

미술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작품을 전시하는거죠.

누구든 함부로 꺼내놓지 못하는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가

작품이 되어 전시가 된다면 얼마나 큰 감동과 위안을 받을까요?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사연자가 꺼내놓은 사연들, 작품을 대하는 관객들의 관람평,

이 모든 것이 사연자와 관람객, 주인공인 호수에게 서로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조금씩 치유되고 나아지고 발전하고 밝아지는 긍정적인 상호작용말이죠.

오래전 인연을 끊은 아버지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하는 댄서의 사연,

힘들게 노력하여 드디어 뮤지컬 주연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성대결절이 와서

주연을 포기해야만 하는 가수의 이야기,

세상 모든 일에 화가 치민다는 가장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여 빠르게 감정이입에 빠지게 됩니다.

나만 아픈게 아니고 다른 이들도 이런 돌덩어리 하나씩을 안고 사는구나 ..하는 안도감만큼

큰 위안이 되는 경우도 드물죠.

여담입니다만 대학때 동기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데, 만나자 마자 아픈 얘기부터 합니다.

관절염이네, 녹내장이네, 고혈압이네, 고지혈증이네, 임플란트를 해야하네 하며

각자 아픈 얘기를 늘어놓는데, 그 얘기를 듣다보면 나이들어 여기저기 아프고 병들어가는건

나뿐만이 아니구나 라는 역설적인 위안을 받게 됩니다.

우울한 마음이 슬며시 사라지고 뭐 이정도면 아직 괜찮으니 더 기운내서 잼나게 살아야지

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오곤 하죠.

어쩌면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만 힘들과 나만 괴로운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한 아픈 사연과 속내를 가진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다시 힘을 내고, 타인을 토닥일 줄 아는 이타심이 생기게 됩니다.

주인공인 호수 또한 이 소박하고 신비로운 미술관에서 치유를 받고 성장을 해나갑니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이곳의 많은 것들이 호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루 이틀쯤 더 미술관에 출근한들 나쁘지는 않겠지, 하며

없던 마음이 생긴 것도 그때였다.

잘랑거리는 나뭇잎 사이를 뚫고 쏟아지는 흰빛이 눈가를

어른거렸고, 왠지 호수는 그 빛이 자기를

어루만지는 게 좋았다.

힘든 마음 알아주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이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되고 또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올거라는 희망!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내일을 기꺼이 내일을 살아 갈 수 있으니까요.

오랫만에 읽은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한 불빛이 피어나는 힐링 소설이었습니다.

선선하다 못해 쌀쌀함까지 느껴지는 이 가을.

허한 마음, 우울한 마음, 화나고 짜증나는 마음때문에 오늘 하루를 망쳤다 싶은 분들께

조용한 밤에 조금씩 읽어보시면 다치고 지친 마음이 치유되어 가는걸

느낄 수 있으실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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