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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신을 죽이고 초인을 부른 니체, 귀를 자르고 광기를 부른 고흐, 증보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4년 5월
평점 :

니체는 독일 출신의 철학자이다.
유독 철학에는 약한 내가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그가 말하는 신은 죽었다. 라는 말을 접하면서부터이다.
그가 살았던 그 당시 유럽에서 그리스도교가 주류를 이루었고, 모든 문화와 가치의 기준이
되던 때였다. 그런 시대에 신이 죽었다고 외치던 니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의 소리를 들었을까 요즘 시대로 말하는 아마 수십만의 안티팬들이 그를 향해 쓴소리를 뱉어 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신의 세계를 절대적이며 초월적인 가치로 존중을 한다.
초월적 가치는 현실의 모든 가치와 인간의 삶 자체를 무시하거나 부정한다.
인간은 오로지 신에 의지하거나 신의 구원에 의해서만 내세에서 행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불신지옥'일려나..
그러한 그리스도교적 이분법과 초월적 가치를 반대하고, 이를 타파할 것을 주장한 사람이 니체이고 신은 죽었다는 말이 바로 그 뜻이다.
실로 용기있고 깨어있었던 철학자라고 할 수 있겠다.
고흐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중의 한명이다.
내 주변에는 화가들이 좀 많은 편이다. 요즘에도 예술을 하는 이들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치
않은 듯하던데, 고흐는 살아생전 단 한장의 그림도 팔리지 않았다.
살아생전 그의 그림을 알아주는 이 없었고, 그 또한 정신병으로 인해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입퇴원을 반복하다 끝내 권총으로 자살한 비운의 화가이다.

위대한 철학가와 위대한 화가였던 두 사람의 한권의 책에서 만났다.
니체와 고흐..는 지성과 예술의 만남이다.
이 책에는 니체의 잠언들을 10개의 주제로 나누고, 길지 않은 문장에 고흐의 그림을
함께 싣고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탁월한 선택인것은 확실하다.
니체가 남긴 글들은 사실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좀 어렵다.
아니 사실 좀 많이 어렵다. 글은 길지 않으나 그 안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생각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의 설명이나 해석이 없이는 진도가 참 안나가는
난해한 문장들이 많다. 특히나 철학을 좀 어려워하는 하는 나로써는 휘리릭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 아니었다.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손가락으로 더듬으면 읽어가는 점자책처럼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갈때 고흐의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알 수 없는 위안이 되었다.
니체의 글을 읽으며 지식을 흡수하고 고흐의 그림을 보는 마음이 정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톡톡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 니체와 그 어떠한 관심도 받지 못했던 고흐
두명의 위대한 철학자의 글과 그림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로써는 묘한 연민의 느끼게 한다.
고흐의 그림에서는 그의 비루했던 삶과 녹녹치 않았던 생활이 엿보여서 한점 한점
애정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가장 멀리 떨어진 별빛은 가장 뒤늦게 인간의 발치에 닿는다. 그 별빛이 우리의 뇌리에 닿기까지 인식은 진실을 부정한다.
리체의 말은 얼마나 서정적인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최대의 사건과 최고의 사상은 이해되기 힘들다는 표현을 별빛의 우리의 눈에 들어와 우리가 머리로 인식하기 전까지 그 별빛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철학자가 딱딱한 문체가 아닌 시인과 다름 없는 표현을 한다는 것이 더욱 멋지다.
평소 서양철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이나, 서양 미술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분명 걸작이라는 평이 나올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살로 비참했던 그의 삶을 끝내기 전까지 10년동안 1000점에 이르는 다작을 하였던 고흐의 평소에 쉽게 보지 못했던 그의 작품들도 깊이 있게 천천히 감상 할 수 있어서 지적 허영심이 많은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살아생전 지적 허영심으로 꽉 차 있던 인간들을 증오하였다는 니체한테 눈물이 쏙 나오도록 쓴소리를 듣겠지만 나의 비루한 지적 허영심을 충전된 느낌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