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를 지칭하는 수 많은 문구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바로 위의 문구입니다.
14살에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헤르만 헤세의 시 100편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제목부터 가슴이 저릿하도록 뭉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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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타계한지 60여년이 지났습니다.
시인으로써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로 써내려간 그의 시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헤르만 헤세의 시를 찬찬히 읽고 있으면 한문장도 허투루 흘러보낼 수 없을것 같은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원어로써의 느낌이 있겠지만 이렇게 한글로된 번역도 훌륭하여
충분히 시를 음미하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번역가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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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여름이 고개를 떨구고
호수에 비친 제 빛바랜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가로수 길 그늘을 고단하게 걸어갑니다.
달아나는 청춘이라는 제목의 시는 첫대목부터 가슴이 먹먹해져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내 머리는 어느새 히끗히끗 흰머리가 올라오고
고단하게 걸어가는 그 길이 인생길 같아서
해지녘 긴 그림자를 끌고 가는 그 뒷모습이
나이들어가는 나의 모습같아서
읽고 또 읽고 좀체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고 머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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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동안의 고단함도 밤이 되면 서늘한 달님이 살표시 웃어주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 손을 잡고 쉴 수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는 시인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우리의 인생도 힘들고 고단하지만 때가되면 편안한 안식을 맞을 수 있겠지.
내 묘비에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가겠죠.
그러니 지금 생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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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시들이 밝은 낮보다 깊은 밤에 더 어울리는 것은
하루종일 팽팽하게 긴장해있던 우리들의 마음을 이완시켜주기 때문일것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깊은 좌절을 느끼고, 자존감이 흔들리며, 무너져내릴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다 집으로 돌아와 어깨 위에 수북히 쌓인 피로를 털어낼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답고 따뜻한 언어들의 위안이 너무도 커서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겠죠.
헤세의 시를 필사하고 있으면
조금씩 더 단단해져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깨질듯 약하고 보잘것 없이 느껴졌던 내 자신이 헤세의 시를 써내려감으로써
의외로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마음을 다쳐 흔들리때, 그 어떤 것도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헤세의 시를 만나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마음속의 출렁거림도 잔잔해질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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