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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눈의 산토끼 - 잃어버린 가족의 역사를 찾아서
에드먼드 드 발 지음, 이승주 옮김 / 아르테카 / 2023년 12월
평점 :
'호박 눈의 산토끼'라는 제목이 무척 흥미로웠다.
저자인 에드먼드 더 발은 자신이 유산으로 받은 '네쓰케'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네쓰케라고 하는 것은 일본의 에도시대 (1603~1867년)에 기모노를 입을때 허리에
매어 사용하던 서민들의 실용품을 말하는데, 비교적 정교하고 세밀한 세공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자기 또는 목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본의 에도시대의 물건이 어떻게 지금 자기 손에 들어왔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그 사연을 추적해 들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1870년대 파리에서 부터 2000년대 런던까지 200여년의 시간과 세대를 넘나들며
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저자인 에드먼드 더 발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현대 도예가 겸 작가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제프리 휘팅에게 도예를 배웠다.
글을 쓰는 작가로써도 도예를 배운 도예가로써도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호박 눈의 산토끼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네쓰케는 19세기 말 샤를 에프루시가 처음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 시절 서양에서는 동양에서 온 일본 문화에 대해서 열광하였는데 샤를은 일본칠기함을
수집하고 264점의 네쓰케를 수집하게 된다.
호박 눈의 산토끼는 264점의 네쓰케중의 하나였다.
이 물건을 소유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장소와 시간을 넘나들며 동서양의 근현대사를
두루 살펴보게 된다.
가령 우리집에 낯선 아프리카의 토속인형이 있다고 하자.
이건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걸까. 어떻게 우리집에 오게 되었지.
이렇게 오래된 물건이 대륙을 건너 지금 우리집 장식장에 있는지 의문을 품고
그 물건이 만들어졌던 그시대로 부터 거슬러 올라가 그 물건을 소유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찾아서 이야기를 이어서 내려온다면 시대와 사람들을 아우르며
거대한 한편의 대서사시가 만들어지듯 이 책의 내용도 같은 구조로 이야기가 이어져
내려온다.
네쓰케라고 하는 일본의 장식품을 1870년대의 파리를 지나, 오스크리아 빈,
전쟁이 끝난 전후의 도쿄를 차례로 지나오며
5대에 걸친 개인적인 가족의 흥망성쇄와 150년에 걸쳐 내려오는 근현대사의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문화, 약탈의 전쟁사, 민족주의, 문화와 예술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미술 작품들에 대한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어서 서양의 근현대적인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동서양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저자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하는 과정도
꽤나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