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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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빵터지게 만드는 이 작은 책은 일본의 사단법인 전국유료 실버타운 협회의 주최로

2001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센류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중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서 발간한 책이다.

실버(silver)라는 단어가 노년세대를 뜻하게 된것은 노년이 되면 머리가 하얗게 백발이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경노석을 '실버 시트'로 부르게 된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센류는 5,7,5의 음율을 가진 일본의 정형시로 우리나라로치면 음율을 맞춘

시조에 해당될 수 있겠다.

그러니 실버센류 라고 하는것은 노년층들이 쓴 시조..라고 해석하면 딱일듯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불편함이 따른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눈도 귀도 어둡고, 여기저기 안아픈데가 없다.

생각해보면 쓸쓸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계적으로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경우

나이를 드신 노인들은 나이듦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고 오히려 유머로 승화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명랑하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올해 예순 일곱살인 할아버지의 센류

나이가 들면 눈앞에 뭐가 날아다니는 것 같이 침침해지기고 하고

귀는 윙윙 잘 안들리니..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라고 재치있게 얘기하고 있다.

길지 않은 문장이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노인들의 삶이 느껴진다.

안타까운 마음보다 웃음이 먼저 터지는건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연륜일 것이다.

연명치료

필요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다닌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늘 하시는 말씀 "아이구 내가 빨리 죽어야 할텐데.."

말씀을 그렇게 하시지만 아들딸이나 손주들이 건강식품 사오면 제일 좋아하신다.

연명치료 안하신다고 서약서를 써놓고선 어디가 불편하면

매일 출근하시듯 병원 다니시는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난다.

찾던 물건

겨우 발견했는데

두고 왔다.

나이가 들면 깜빡깜빡 하기 마련이다.

뭘 할려고 일어섰는데 뭘할려고 했는지 몰라서 다시 슬거머니 자리에 앉거나,

늘 쓰던 물건 겨우겨우 찾았는데 그걸 챙겨야 한다는걸 까먹고 두고오기도 한다.

예전 같지 않은 기억을 유머스럽게 표현했다.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친구들 만나 술한잔 하고 시시껄렁한 얘기에 웃고 떠들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술마시기에는 몸이 버거워 술자리 횟수는 줄어들고

술값은 약값으로 주머니에서 나가게 된다는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나도 이제 얼마지나지 않아 똑 같은 생각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살며서 슬퍼지기도 한다.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보고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초긍정적인 사고가 건강한 삶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되듯이

나이듦은 한탄하기 보다는 웃음으로 승화시켜 오래된 친구처럼

쇠퇴해져가는 몸과 화해하며 지내는 삶이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센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일까..

이 책은 일반적인 책들과 다르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세워 쓰기를 하고 있다.

문고판처럼 전혀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깊이있는 책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의 센류 5,7,5의 음률의 묘미를 느끼기에는

번역판의 한계도 있기에 이왕이면 일본어도 함께 실어주었으면 좋았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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