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 / 파람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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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많은 반목과 적대감 속에서 살고 있다.

서로의 사는 방식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고,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경계하며 날을 세우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사람 살만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위화감을 없애고 친절과 배려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벌한 시대에 귀감이 될만한 두 종교인의 예술적 화합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세계적으로 '빛의 화가'로 불리며 인정 받고 있는 김인중 신부와

깊고 고요한 산사의 시인 원경스님이 각자가 추구하는 예술로 만나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냈다.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제목만으로도 벌써 마음의 안정이 오는듯하다.






김인중 신부님은 1974년 도미니크 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줄곧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다가 작년에 한국에 돌아와 현재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로 재직중이시다.

신부님은 서울대학교에서 회화과를 졸업하고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10대 스테인드 글라스 작가로 선정되어 해외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원경 스님은 1982년 출가하셔서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하시고

현재 북한산 심곡암 주지를 맡고 계시다.

시집 '그대 꽃처럼'을 통해 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단하였으며 몇권을 책을 내시기도 하셨다.

산사 음악회를 전국사찰 최초로 시작하여 문학적 반항을 일으키기도 하셨고,

불우한 이웃의 배고픔을 해소해주기 위해 탑골 공원 무료급식소가 중단의 위기를

맞았을때 맥락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외롭고 소외받고 있는 노인분들에게

무료 급식 봉사를 하고 계시다.

두 분은 각자가 믿고 있는 종교가 다르며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는 분들이시지만

김인중 신부의 그림과 원경 스님의 시로 책을 엮자는 출판사의 제의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김인중 신부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과

같은 기법으로 만든 유리 글라스, 그리고 색채의 오묘한 조화를 이룬 그림들이 실려있어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 할 수 있다.

신부님의 작품들은 빛이 투과되면서 색채의 어루러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 신부님의 작품에 존경심을 더해서 글을 쓰신 원경스님의 시에서는

유달리 빛과 향기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빛빛, 달빛, 봄빛, 꽃빛, 가을빛, 낮빛, 물빛

녹음향, 차향, 바람 내음, 님향..

스님의 시에서 느껴지는 배려와 존경심이 어우러져 시를 접하는 내내

세속의 악함을 잊고 편안함과 고요함을 느끼게 된다.





서양에서 많은 활동을 하신 김인중 신부님의 그림은 얼핏 보면 추상화 같지만

신부님 본인은 정작 그렇게 불리는걸 원치 않으신다고 하신다.

마음을 그린 것이기에 심상화라고 하자고 제안하신 원경스님의 농담반 진담반이

오히려 정겹다.

수묵화에 색채를 입힌듯한 신부님의 그림에 원경스님의 시는 찰떡 같이 조화를 이룬다.

과거 동양화를 보게 되면 멋드러진 그림에 길지 않은 한편의 시가 적혀있기 마련인데

두 분의 화합은 고귀한 동양화 한편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서양화 인듯한 동양화, 천주교와 불교, 신부님과 스님

다르지만 낯설지 않고 위화감이 들지 않는 놀라운 조합은

적대감 가득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지쳐있던 마음이 그림과 글로 인해 쓰담쓰담 어루만져지고

위로 받게 되는 반짝이는 보석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로의 위치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자기가 믿고 알고 있는것이

최고라고 고집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고귀함이 아름다움으로 남아

오랫동안 귀감이 될거라 생각한다.

깊어가는 가을

몇 줄의 시 한편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계절이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이 짓누르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다.

깊은 산속, 유해요소 없는 자연속에서 상처받은 마음과 혼란스러운 정신이

맑게 정화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책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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