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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테라피 -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
모경자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7월
평점 :

시네마 테라피가 뭐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영화를 통한 카타르시스 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되겠지 싶었다.
저자인 모경자님은 이 책을 쓴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영화를 통한 자기 이야기로 연결하여
자기 수용이 일어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한편의 영화가 머리 속 한구석에 꼭 박혀서 좀체 떨어지지 않을때가 있다.
영화속의 한 장면이, 등장인물 누군가의 대사가, 꼭 내 얘기 같아서..
울컥하면서 봤던 적이 있다.
'당신도 나와 같은 고민과 상처를 가지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왔군요.' 하면서
과몰입하여 영화에 빠지게 된다. 마치 나를 대신하여 영화속 등장인물이
내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아서 속이 후련해질때가 가끔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프로이트의 자기수용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프로이트의 자기 수용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과 화해하며
애도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이런 일을 반복할수록 자신에게 넉넉해지며
남들도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
즉 자기수용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때 치유는 자동으로 일어나므로 이것이 시네마 테라피를 하는 목적이다.'

이 책에는 총 25편의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밀양, 하모니, 그린북, 피아니스트, 헝거, 기생충등 내가 본 영화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를 볼때 미처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들이 조목조목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때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관심있게 본 영화중에 전도연 주연의 '밀양'은 자신의 허세로 아들이 유괴를
당하고 살해되자 죄책감과 증오와 분노로 신경증적, 히스테리적 행동과
자해까지 하다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결국 주인공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르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수치심을 잘라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저자는 '수치심은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든 공격으로 나올 수 있다. 내 안의 수치심을
그대로 만나준다'라고 말한다.
'내 안의 수치심' 이라는 단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만 먹었지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나의 유치한 사고와 행동들을 반성하고
되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아메리칸 패스토럴' 이라는 영화는 아직 보지못했지만 어린 딸인 메리가 아빠에게 갖는
감정을 심리학 용어로 포로이드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한다.
여자 아이들이 초자아가 형성되는 성장시기에 자신을 어머니의 여성성과 동일시하고,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남근이 자신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러워하고 어머니를 원망하며
콤플렉스를 갖는다는 점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결국 메리는 가출을 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기게 되고 아버지인 스위드는 메리를 찾는 일로
온갖 노력과 고생을 하게 된다. 엄마는 그 충격과 우울증으로 이상행동을 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아버지도 많지 않은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딱히 나쁜 일을 한것도 아니고, 가정에 충실한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었는데 이런 딱한 결말을 맞는걸 보면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
많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영화라는게 환상의 세계를 그려내기도 하고, 초자연적인 세상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린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불행이 나만의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모양새로 각각의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우리들은 안도감마저 느끼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당신도 나처럼 이렇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동질감이 오늘을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해준다.
책 제목처럼 시네마 테라피..라는 말의 울림이 크고 뜨겁게 느껴지는
고맙고 소중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