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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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비교적 흥미가 많은 편이다.

여성이라는 시대적,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거나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늘 진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주방]도 비슷한 맥락에서 선구자가 된 실존인물의 이야기이다.

우선 이 책을 저술한 애너벨 앱스 저자는 영국의 소설가이다.

2016년에 첫 소설을 출간하는데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고 두번째 소설 또한 타임스의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는 등,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작가가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옛 요리책에서 찾은 일라이저 액턴이라는 인물에서

영감을 얻어 상상을 덧입혀 만든 역사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일라이저 액턴은 19세기 영국에서 실존했던 인물이다.

태생이 부자집 아가씨였던 그녀는 로망인 시인이 되고자 부지런히 시를 적어

첫번째 시집을 낸 강단있는 아가씨였다.

그녀는 두번째 시집을 내고자 출판업자인 '미스터 롱맨'을 찾아가지만

"시는 숙녀의 영역이 아닙니다'라는 말과 함께 요리책이나 써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온몸 구석구석이 뻣뻣해질 정도의 모멸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갑작스럽게 파산을 하였고 어쩔수 없이 가난의 늪으로 빠지게 된

일라이저는 어머니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숙녀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도, 책을 쓰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하지만 그녀는 제대로 된 요리책이 없음을 실감하고 어린 하녀인 앤을

고용하여 요리책을 쓰기로 한다.

30대의 일라이저와 어린 하녀 앤이 번갈아가며 1인칭 시점에서 써내려간 이 책은 두 여성의 우정이 켜켜히 쌓여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두 사람의 심리가 교차되면서 마치 일라이저와 앤, 그리고 나까지 세명이서 교환일기를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영국의 음식을 말할때 많은 사람들이 '맛없다' 라고들 한다.

대표적인 영국 음식을 들라고 하면 영국인들조차 고개를 갸웃한다고 할 정도이니

직접 가서 먹어보진 못했지만 말만 들어도 희안하게 그 맛이 기대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일라이저와 앤의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맛있는 음식들에

깊은 호기심이 발동하였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는걸 느낄 수 있었다.

19세기 영국에서 여성은 남편의 지위에 따라 사회적인 지위를 얻는다.

상류층 부인들은 부엌에 드나들지 않았고, 부의 상징처럼 프랑스인 요리사를 두는

집도 많았다.

그녀는 수동적인 여성의 틀을 깨고 독립적이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일라이저에게 요리책 출간은 하나의 도전이었을 것이다.

여성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제약이 심했던 그 시절. 편견을 극복해가며

그녀 요리책은 출판되기까지 1835년부터 1845년까지 10년이 걸렸다.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정확한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두 여인의 이야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요리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요리책의

재료와 용량, 조리 방법과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그녀는 자신의 요리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흥미로웠다.

고단한 시절을 살았던 그 시절 여성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동질 의식을 느끼게 되는 여성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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