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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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장편 소설이 소담출판사에서 나왔다.

[혼자서 종이 우산을 쓰고 가다] 제목의 뜻이 뭘까 한참 생각하게 한다.


섣달 그믐날밤 거리에는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들뜬 마음이 흘러넘친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흥분이 가득한 그날 밤.

호텔 바에서 만난 시노다, 시게모리, 미야시타.. 80대의 세 노인은 오랫만에 만나 지난날의

추억을 공유하고 이미 몇번이나 했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또 나누며 여느 모임과 다를바 없이 보인다.

다음날 세 명의 호텔방에서 엽총으로 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까지..


총기 자살 사건 뉴스을 접한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만, 새해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곧 잊혀지고 만다.

세 노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경찰서의 호출을 받게 되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황망한 소식을 접한 남은 이들은 참을 수 없는 슬픔과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남겨준 유서에 남겨진 글귀는 한없이 덧없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떤 이유로 이 세명의 오랜 친구들은 남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세밑에 세상을 떠날려고 했던 것일까.

갖고 싶은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그들의 이야기가 현대인들의 고독과 쓸쓸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된다.

나이가 들고, 병이 들고, 가진 돈도 없다.

가족과 떨어져 고령임에도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일본의 초고령화 사회의 민낯을 보는것 같아 속이 쓰리다. 그들은 더 이상 삶에 대한 희망이나 즐거움이 없다.

이렇게 남겨진채로 남은 인생을 사는것 보다는 내 젊은 시절 함께 일하고, 함께 마시고, 함께 놀러다뎠던 친구들과 가장 떠들썩한 새해 전날.. 함께 떠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을 하였던 것일까..


그들이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은 그들의 부재를 고스란히 견뎌야했다.

혼란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 지인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떠난 이들을

떠올려 본다.

떠난 이들의 부고를 알리기 위해, 그리고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가족들이 몇년 몇십년만에 서로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한번도 만난적 없던 올케를 만나게 되고, 어렸을때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엄마를 만나게 된다.

화목하게 지냈다고 생각하는 가족들도 돌아가신 분과의 추억을 소환하고 곱씹어 본다.

섭섭함과 애처로움, 분노와 그리움들이 켜켜히 쌓여간다.

할아버지를 잃은 손녀는 생전 할아버지의 모습을 다른 유가족들에게 묻기도 하고, 메일을 주고 받으며 자신이 모르는 할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찾을려고 한다.






어쩌면 죽음이란 떠난 자의 몫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이 받아들여야할 커다란 숙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추모하고, 각자의 기억으로 그들을 기억한다.

어떤 이에게는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슬픔으로 남고,

어떤 이에게는 조금은 얼떨떨하고 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죽은 이와 남겨진 이의 관계의 깊이만큼 슬픔도 다를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결국 남겨진 이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의 삶을 이어간다.

신이 가장 마지막에 주신 '망각'이라는 선물의 포장을 벗기고 다시 하나둘씩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비오는 거리를 종이 우산을 쓰고 혼자 걷는거 아닐까..

나의 삶과 나의 죽음, 그리고 나를 기억해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등장 인물들이 많아 당황하여

다시 첫페이지부터 각각의 관계를 정리하여 종이에 메모하면서 읽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등장 인물들의 관계가 정리되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남녀, 연애와는 조금 다른 쟝르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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