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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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아쿠마루 가쿠의 약력을 살펴보면서 상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2005년 천사의 나이프로 제 5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고

이어 차례로 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상을

수상하였다.

어딜가도 상복 많은 사람들은 있지..라고 생각하며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읽다가

상을 받을 만한 작가였구나..라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뺑소니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학생인 쇼타는 어느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게 된다.

그러다 요즘 사이가 틀어지고 있는 여자친구한테서 문자 한통을 받게 된다.

지금 당장 만나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약간의 협박과 투정이 담긴 내용이었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쇼타는 술은 마셨지만 충분히 운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아버지의 차를 타고 비가오는 밤거리를 달린다.

옆자리에 태운 고양이에게 신경을 쓰는 그 잠깐 사이에 무엇인가 부딪혔는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차가 덜컹거린다.


덜컥 겁이 났지만 개나 고양이일거라고 애써 자신을 합리화한다.

두려움에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게 된 쇼타는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택시로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가 차로 친 것이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불안한 마음으로 티브 뉴스를 시청하다 81세의 할머니가 차에 치여 사망했다는 뉴스를

듣게 되고, 자신이 사람을 죽인것을 알게 된다.

얼마못가 경찰에 체포 당하게 되고, 그날 이후 쇼타와 그의 가족,

그리고 하루아침에 배우자를 잃은 노인과 노모를 비명에 떠나보내야 했던 피해자의 자식들..

그 모두의 인생과 삶은 사정없이 비틀어지고 꼬이게 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음주 운전을 한 쇼타.

형무소에서 4년 가까이 형을 살고 바깥 세상으로 나오지만 그 사이에 세상은 아주 많이

바뀌어 있었다.

TV 시사 정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교육평론가로 꽤나 유명했던 아버지는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세상사람들의 질타에 그날 이후 술에만 의지하다

결국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사고전 일류대학을 다녔지만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학교는 퇴학처리가 되고

범죄자로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일용직 노동뿐이다.

사고전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하게 지냈던 옛 친구들은 그새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있었고, 사람이 그리워 연락하여 만났지만 겉으로는 아닌척해도

쇼타를 꺼린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상처를 받는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내가 만약 피해자의 입장에서 쇼타를 바라보게 된다면

어린 놈이 술이나 쳐마시고 빗길에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치었고, 그 상태로 200미터가 끌고가서

사람을 죽게 만들고 도망을 친 죽일 놈이다.

하지만 가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들이 순간의 잘못으로

사람을 죽이고 인생을 망치고만 불쌍하고 안타까운 아들인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고이후의 각자의 삶을 담담히 필체로 풀고 있어서

읽다보면 쇼타에 대한 연민도 느끼게 되고, 평생의 반려자를 비명에 보낸 아흔의 노인의

아픔도 느껴져 섣불리 어느편에 서지도 못하게 된다.


그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내가 만약 가해자가 된다면 사람을 죽인 죄의 댓가로 형무소에서 구형된 형을 살고 나오면

그걸로 죄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듯 사고전의 자신으로 돌아가 떳떳하게 사회인으로써 살아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자신의 저지른 죄을 똑바라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묻고 있다.

두려워서 피하게 되는 자신의 죄에 대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죄의식을 느끼고 속죄해야 남은 인생을 똑바로 살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저자의 이야기 스타일도 좋았고, 입장을 바꿔가며

생각해볼 수 있도록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교차로 풀고 있는 것도 좋았다.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순간순간 마음을 후벼파는듯한 절절한 대사도 좋았다.

아쿠마루 가쿠.. 주목해야할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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