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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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헨리 마시는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경외과 의사다.

그는 20대 초반, 방황 끝에 다다른 영국 북부의 탄광촌에서 우연히 병원보조원으로 일하게 되었고,

그 경험을 계기로 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경력있는 솜씨 좋은 뇌수술 전문의로 30여년 동안 수 많은 환자를 만났고,

아쉽다는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운 수 많은 죽음을 보았다.

죽음이 멀지 않은 중환자의 가족을 만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말도

해야했고,

영국 의료 체계와 시스템에 좌절하면서도 현역으로 런던의 앳킨슨 몰리 병원에서 수술실과 병실을

오가며 의사로써 사명을 다하고 있다.



이 책은 신경외과 전문의인 헨리의 1인칭 시점에서

저술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기적같은 치료의 성공 사례들의 나열일려나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오히려

그가 실패했던 수술, 환자를 살리지 못한 신이 아닌 인간인

의사로써의 뼈아픈 독백을 듣는 듯하여 솔직히 깜짝 놀랐다.

의사로써 겪어야 하는 고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의사로써의 사명에 대한 25가지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놀라움과 경이로움과 슬픔을 느꼈다.


뇌속의 종양을 수술로 제거 할때 그의 과욕으로 신경을 건드려 마비가 와버린 환자의 이야기,

몇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인걸 알면서도 뇌종양 수술을 받는 젊은 환자의 이야기,

멋드러지게 성공한 수술보다 실패한 수술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아파하는 그의 이야기에 독자들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감명을 받게 된다.

모든 외과 의사는 자기 안에 작은 공동묘지를

지니고 다닌다.

때때로 찾아가 기도하는 쓰라린 회한의 장소,

그 곳에서 의사는 자신의 실패에 대한

설명을 구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괜찮은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였다.

그리고 뇌경색이 오고,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엄마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몹쓸 병은 급성신부전증으로 악화되었고,

참 강한 분이셨는데 깨지기 쉬운 유리 잔같이 육체도 정신도 그렇게 약해져갔다.

대형병원과 요양병원을 순례하듯 오가며 병상에서 열달을 고생하시다 가신 엄마를 간병하면서

나는 참 많은 환자들을 보았다.



두개골이 함몰되어 뇌의 반이 없던 젊은 환자, 가망없는 환자를 연명 치료로 붙들고 있는 가족들.

산소호흡기와 온 몸에 붙어있는 기계들의 일정한 움직임에 따라 몸이 들썩이는 의식없는 환자들.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당시 아직은 젊었던 내가 들었던 생각은 딱 한가지였다.

"나는 저렇게 죽지는 말아야지"

나는 내 신념대로 엄마가 위급한 상황이 왔을때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떨리는 손으로 싸인을 했다.

그것이 엄마의 마지막을 그나마 곱게 지켜드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의식이 없었던 엄마도 동의하셨을거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헨리 마시는 괜찮은 죽음이란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

모두 최선을 다 할때 맞이 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존엄을 상실케 하는 의미 없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걸고 수술을 받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한다.

결국은 자신의 죽음은 자신이 가장 옳다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괜찮은 죽음이라는 얘기이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르듯 살아온 가치관이 다르므로 생의 마지막을 맞는 이들의 선택과 모습도

다를 수 밖에 없을것이다.


이 책은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둘 여유와 이유를 생각하게 해준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맞닥뜨리게 되었을때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다면

'참 괜찮은 삶'이었다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멀쩡하고 세상 부러울것이 없는 친구인데 안락사를 원하여스위스까지가서 상담 받았다는 말이 세삼스럽게 떠올랐다.

잘 지내지? 친구!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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