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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톨스토이를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문학적 사치나 다름없다.
매번 그의 작품을 도전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엄청난 두께의 분량에서 일단 한번 압도당하고, 분량만큼 끝도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압도당하고
그리고 절대 외울수 없는 그들의 이름 때문에 번번히 초장에 자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과 극찬을 받는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내 탓임을 인정한다.
19세기의 대문호라 불리는 톨스토이를 단순히 소설가로 치부하기에는 소위 말하는
급이 다르다.
철학자이며 톨스토이 주의라고 불리는 새 종교의 창시자이기도 했다.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여러번의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가 집필한 '전쟁과 평화' '안나까르레나' '부활'등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세기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영화화 되기도 하며 사랑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 중 안나카레니나는 톨스토이 자신이 진정한 첫 소설로 여겼다고 하니,
그의 남다른 애정이 녹아있는 작품인듯하다.
고전 명작답게 그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왔는데, 이번에 소담출판사에서
안나카레니나 1,2,3권이 나왔다.
완독한다면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이해와 나에게는 늘 어렵고 엄격한 선생님 같은
톨스토이 작품을
읽었다는 자부심도 생기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안나 카레니나는 어린 나이에 나이차가 많이 나는 백작과 결혼하여 백작부인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다.
젊고 아름답고 정숙했던 귀족 집안의 안주인으로 사회가 정해놓은 대로 큰 굴곡없이
살아간다.
그냥 다들 이렇게 살려니 하면서 말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1800년대 조선의 여인들도 마찬가지였을거다.
사대부 대가집의 딸로 태어나 조신하게 글과 그림 수예등을 배우다가 이름있는
양반댁의 자제와
얼굴 한번 못보고 혼인을 치루고 자식 낳고 사는것이다.
응당 그럴려니 하면서 말이다.
안나의 오빠는 좀 곤란한 일에 처하게 되었다.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우다 그걸 아내에게 들키고 만것이다.
사네 마네 얘기가 오가고 집안에 불화가 생기자 안나는 이 부부를 화해
시키고자 모스크바로 오게 된다.
그런데 이곳에서 앞으로 안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 대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 젊은 장교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마음을 뺏기고 만다.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고 그렇게 살아오던 그녀의 삶에 젊고
잘 생기고
남자다운 브론스키 백작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사람의 심장을 터질듯하게 만든다는 것을 안나는 어쩌면 처음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들판에서 대책없이 폭풍우를 만나 피할 사이도 없이 그렇게 온몸이 젖어버리듯 사랑도
그렇게 어느순간 피할 틈도 안주고 찾아오는 것이다.
브론스키 백작은 안나와 사돈관계인 키티에게 구애를 하던 중이었는데 그 또한
안나에게 반해
그녀에게 빠져들고 만다.
말 많은 러시아 사교계에서도 이 둘의 이야기로 술렁이게 될것이다.
이 이야기의 팩트는 '아이까지 있는 젊은 유부녀가 젊고 잘생긴 남자와 바람이 났네'라는
것이다.
팩트만 두고 본다면 흔하디 흔한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한때 시청자들의 열렬한 입방아에 가루가 되도록 찧이겨진
TV에서 드라마 생각이 났다.
'내 남자의 여자' 라든가 '부부의 세계'라든가..그외에 기타등등 다수의 불륜드라마.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의 주인공이 배우 김희애씨다.)
200여년 톨스토이가 살던 시대나, 21세기 첨단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이나
이런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비춰지는 걸 보면 사람사는 모습들은 비슷한가 보다.
언제가 한번 안나카레니나를 영화로 본 적이 있다.
당연하게도 화려한 비주얼의 주인공에게 시선이 갔다.
나이가 들고 이만큼 인생을 살다보니 주인공에게 가던 시선이 다른쪽으로 옮겨진다.
남편의 바람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안나의 올케,
그리고 안나에게 남자를 빼앗긴 키티,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안나의 남편..
그들 각자가 겪고 있을 계절은 어디쯤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이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그 시대의
생각과 사고방식, 그리고 인간내면의 이야기를 유려한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안나와 브론스키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인들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어서
장편의 고전명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 어렵게 느껴지던 지명이나 사람이름도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각 인물들의 심리가 보이기 시작할것이고 속도를 내며 진도도 나갈것이다.
읽을수록 19세기 러시아의 생활상, 시대와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삶과 인생 이야기를
잘 그려낸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작품이었다.
신에게는 아직 2권의 안나카레니나가 남아 있습니다.
1권을 읽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다시 안나의 인생과 삶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 소담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