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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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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작가님은 1989년생으로 고등학교에서 수학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 교사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국어고등학교의 교사직은 내놓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였다.
작가의 소설중 [내가 만든 여자들]이라는 소설을 읽고 강렬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
지금은 새로 낸 책이 뭐가 있는지 가끔 찾아보는 정도가 되었다.
[우리의 질량] 이라는 책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랫만에 동창모임에
나가는 마냥 살짝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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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들이 가는 세계.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이다. 하루에 37명 정도의 사람들이
삶을 비관하여
스스로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영혼은 어디로 갈까..
각자가 믿는 종교관으로 해석들을 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들만이 머무는 곳이 있어서,
생전의 아픔을 고스란히 껴안은 채 그곳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그곳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 자신의 목뒤에 칭칭 감겨 있는
매듭을 하나씩 끊어내야지만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선 서진은 놀랍게도 생전의 전 애인인 건웅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살았던 생전의 이야기와 사후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서진..그녀의 삶은 절대 녹녹하지 않았다.
어느날 그녀의 부모는 동생만 데리고 빚만 남긴채 사라져버리고 만다.
혼자 남은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쩌면 그녀에게 사치일 수도 있는 대학을 악착같이 다닌다.
그런 서진이 재수학원의 조교로 들어가서 만난 이가 건웅이다.
삼수를 하는 건웅은 자신과 동갑내가 학원조교인 서진을 보는 순간,
그녀에게 마음이 뺏기고 순수한 사랑을 그녀에게 전한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세상을 헤치고 나가야하는 그녀와 여느 대학생들처럼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건웅은 출발점부터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서진은 결국 그를 떠나
학원의 인기 강사이자 대학교 동아리 선배인 장준성과 결혼을 택하게 된다.
그것은 가난으로부터,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부터의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 여겼지만
남편인 장준성 또한 삐뚫어진 인간성을 가진 이라, 그녀를 학대하고 구타와 폭력을
행사하였고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그런 그녀가 사후세계에서 건웅을 만나고, 장준성까지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이어나가는 이야기는 꽤나 쇼킹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작가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기질을 타고 났구나 싶어 부러움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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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로 생각지 못했던 자살한 이들의 사후 세계를 다루는 소설.
우리의 질량.. 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삶에 대한 무게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세상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안고 사는 연예인들, 권력과 부를 쥐고 있는 기업가들,
정치인들..
범부들의 눈으로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는 그들의 자살 소식을 뉴스로 접할때마다
저들에게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놓게 만드는 감당키 어려운 삶의 무게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할때가 있다.
나만 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착각.
돈만 많으면 세상 힘들게 뭐있냐고 믿는 착각.
이 사랑이 아니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착각.
어쩌면 우리들은 수 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으며 스스로 감당해야할 삶의 질량을
잘못 측량하여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에도 포기하고 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죽을 만큼 괴로워서 죽음을 택했지만 그 죽음 뒤의 세상 또한 어쩌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않을 수 있다.
책 속의 '그 곳'이든 타종교에서 말하는 '지옥'이든, 불구덩이든 스스로 택한
죽음이라는
선택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댓가란 어쩌면 이승에 남겨두고 온 나의 인연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죗값일 수도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소설이지만, 전개에 있어서 놀라운 흡입력으로 이야기
속에 빠지게 되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삶에 대한 무게, 우리들의 감당해야할 질량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오늘 하루 꽤나
빡빡하고 힘들었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더욱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새기며, 아주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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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