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언의 정원
애비 왁스먼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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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여성들을 위한 소설이다.

주인공인 릴리언은 어느날 남편이 바로 집 앞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그 사건 이후 그녀의 삶은 정체되어 버린다.

그 나이쯤의 부부들이 그렇듯 그 날 아침에 말타툼을 하고 집을 나서던 남편은 그렇게

다시는 그녀와 두 딸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동안 슬픔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는 정신병원 신세도 지게된다.

오직 죽음만 생각하던 그녀가 아직 어린 두 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돌아온 일상은 전과 달라져 있었다.


두 아이를 기르는 워킹맘인 릴리언은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다. 

목늘어진 셔츠에 헐렁한 스커트를 걸치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른 일러스트레이터로써의

삶은 팍팍하고 건조하다.


남편의 사망보험금으로 집 대출은 다 갚았을 수 있었으니 당장은 빈곤함에 시달릴 일은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그녀 곁에는 화려한 싱글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여동생 레이첼이있다.

언니의 조력자로 두 조카와도 시간을 보내주고 장도 봐주고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언니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어느날 릴리언은 일하던 회사로부터 채소 안내서에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 의뢰를 받게

되고, 그 일을 잘 할수 있도록 6주짜리 원예수업을 들으라는 강요아닌 강요를 

받게 된다.

원예라니..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까라면 까야지 라는 심정으로 토요일 3시간짜리

원예 수업에 딸 아이들과 여동생과 함께 참석하게 된다.




수업에 참석한 사람들은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중구난방식 모임인듯했다.

은퇴한 은행가, 레즈비언 교사 한쌍, 떠돌이 서퍼, 이혼한 간호사이자 워킹맘, 

희귀예술품 수입회사 직원(릴리언의 여동생), 그리고 아이들 셋..

그리고 핸섬하고 어딘가 섹시한 원예학 대학교수인 에드워드.

이 접점 없는 사람들이 원예 수업을 하면서 가까워지고 서로의 집을 방문해가며

방치된 뜰에 함께 꽃을 심어주고, 피자를 나눠먹고, 수확한 채소들과 야채로 

음식을 만들어 파티를 열며 이웃이 되어간다.


원예학 교수인 에드워드와 릴리언은 서로에게 깊은 끌림을 느낀다.

남편이 죽은지 벌써 수년이 지나도록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없었던 그녀의 

메마른 가슴에 에드워드는 참을 수 없는 떨림을 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남편을 아직 다 떠내보내지 못하고, 아빠를 그리워하는 첫째딸 애너벨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낀 릴리언은 에드워드를 자꾸 밀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오지랖 넓은 원예 수업 참석자들은 커플을 응원하고

합심하여 힘이 되어주고 마음을 나눈다.
나는 이 부분이 참 보기 좋았고 새삼 부러웠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어쩜 꿈같은 이야기 일 수도 있겠지만, 흙을 만지고, 초록을 길러내는 이들이었기에

사심없이 서로를 대하고, 친밀하고 친숙한 관계를 맺게 되는거 아닌가 싶다.

우리들은 눈만 뜨면 흉악한 뉴스들을 접하게 된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람을 두려워하고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요즘,

이렇게 초록초록하고 밝은 햇살 같은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과의 정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남편을 잃은 여자, 남편과 이혼한 여자, 남편이 바람피우고 있는 여자,

아직 결혼은 않고 자유연애를 즐기는 여자.. 

딱봐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을듯한 여자들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느끼기도 하며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아픔과 트라우마을 벗어던질려고 노력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따뜻한 햇살과 구수한 흙내음과 향긋한 꽃향기가 나는 멋진 소설이었다.


이 책을 저술한 에비 왁스먼은 전직 카피라이터였다.

오랫동안 기발하고 혁신적인 카피를 써온 그녀의 이력때문인지 이 소설은 

짧고 간결하고 기발하고 유머스러운 글귀로 꺼칠하지 않고 매끄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커커스 리뷰],[코스모폴리탄]등 유수의 언론과 매체들의

호평을 받았고, 아마존에서 추천 리뷰가 무려 900여개 이상이 달렸다는 사실이

허풍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또한 책 중간중간에 채소를 심고 기르는데 대한 짧은 상식들이 나온다.

채소를 기를 생각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어서 실전에 써먹을 기회는 

조만간 없을듯 하지만, 채소를 심고 기르는데 대한 상식도 얻을 수 있어서 

꽤나 신선하고 좋았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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