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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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건, 겸손과 고독, 그리고 고단함이었다.

그녀는 왜 '작가'라고 하지 않고 '쓰는 사람'이라고 하였을까..

완성을 향해 느리지만 매일 매일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는 작가의 담담함이 

엿보이는 제목에 무척 끌렸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시나리오도 쓴다.

내게 번번이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한 것도 

가장 강렬한 기쁨과 행복을 준 것도 모두 문학이었다. 

지금은 읽고 쓰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다.

그게 전부라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멋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가난하고 무명하고 그리고 자주 우울하다.

그리고 먹고 사는 일이 아무리 고단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세상을 읽고 사람을 쓰는 전업 작가로 살겠다.

프롤로그에서 이 부분을 읽었을때 나는 이미 이은정이라는 작가에게 반해있었다.

세상을 읽고 사람을 쓰는 전업 작가..

글을 쓰는 직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에게도 큰 행복임에 틀림없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이라면 기꺼이 내 시간을 들여 밤을 새면 읽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내 퍼석한 마음에 물기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수분을 뿌려줄것 같았다.


첫 에피소드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바닷가로 이사를 가고 싶어 시골 어촌의 작은 마을에서 마음에 딱 드는 집을 발견했다.

매매로 나온 그집을 살 형편이 안되었지만 눈에 밟힌 그집을 구경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에

주인과 덜컥 약속을 잡게 되고, 그 집이 마음속으로 쏙 들어온 작가는 은행 대출을 

알아보겠다고 하고 나섰지만 은행에서 퇴짜를 맞는다.

속상한 마음에 돌아섰지만 그집으로 다시 찾아가 기다리실것 같아서 다시 찾아왔노라고

말한다.

주인 아주머니는 계약하지 않을거면서 다시 돌아와 인사를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전세도 좋고 월세도 좋으니 여기 와 살라고...


기적 같았던 그때의 기억은 내 인생에 아주 큰 교훈을 남겼다.

비록 지금도 가진 것은 없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늘 정직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했다 

살다보면 거짓과 위선과 척하는게 당장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느리고 더디지만 진실이 승리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은 쉽게 속여도 내 자신마저 속일 수는 없는 법, 

괴로워하느니 차라리 정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체면인지

자존심인지 우리는 그렇게 못하고 살고 있다.

작가의 첫번째 에피소드 [기적은 가까이에 있다]는 짧지만 아주 강력한 메세지를

전해준다. 


어촌 마을에서 지내는 소소한 일상과 친구이야기, 가족이야기, 이웃 이야기등

80개의 에피소드를 화려하진 않은 수려한 필체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슴 따듯한 문체로 들려주는 작가 이은정의 글을 읽으면서 

내내 행복함을 느꼈다. 

흔히 지나치 쉬운 평범한 일들이 작가의 눈과 마음을 통과하면 우리의 지리멸렬한 일상도 

눈부시게 빛나고 반짝이게 되는 신비로운 마법을 보는 듯하다.

사물을 살피고 관찰하는 세심한 시각과 마음을 가져야만 작가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글을 쓰는 직업인 작가를 진지하게 동경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일상을 곱씹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흘려버리지 말고, 차분히 시간을 들여 음미해보는 연습을 

하며 일기를 쓰듯 글을 써보기도 한다면 조금이라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음.. 아무래도 그건 다음 생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노래를 취미로 한다는 가수를 만난적이 있다.

본명이 아닌 예명으로 활동하는 분이셨는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도 

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노래 실력이 신통찮은 것 같지 않은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건 노래에 미치지 않고 

취미로 하고 있어서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적이 있다. 


선천적으로 천재성을 타고 났다는 천재도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에디슨이 말하지 않았던가.

작가 이은정은 전업작가로 오로지 글 쓰는 일에 촛점을 맞추고 현재 진행형으로

99% 노력중일 것이다.

어떠한 일에 자신의 모든것을 바쳐 전력한다는 자에게만 느껴지는 기운이 

그녀의 글에서 느껴진다. 따뜻한 진심 같은거 말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면 글을 쓴다는 일이 녹녹하진 않을 것이다.

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한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춥고 배고픈 일임이 틀림없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파는 고집스러움이

그녀의 글에 절심함으로 알알이 박혀있어서 한번 읽으면 오래도록 기억속에서 

박혀 있을듯하다.


어제까지 무명 작가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나는 그녀를 알았으니 이제 이은정 작가는

적어도 나에게는 유명 작가다.

오며가며 참새 방앗간 들리듯 들리는 서점에서 이은정 작가의 책이 눈에 띄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책을 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글 쓰는 일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펜을 잡고 세상을 읽고 사람을 쓰는..

가슴이 뭉클거리는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음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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