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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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가 

깜짝 놀란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잘 꼬아만든 추리 소설들의 재미를 아는터라 

산뜻하게 출발했다가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 치달을 즈음엔 조마조마함과 뒷통수를 가격당한 

반전에 배신감(?)마저 들어 책장 덮기가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진짜 재미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그의 소설은 내게 있어 믿고 읽는 책이 되어버렸다.

일본의 고급진 전통 료칸인 회랑정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이 책은 밀실, 유산상속, 가족간의 이해관계, 사랑과 복수 라는 그

렇고 그런 흔한 자료로 시작한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흔해빠진 자료로 입맛 다시게 만드는 

고급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미슐링 스타 쉐프처럼 히가시노는 참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지난번에도 그의 소설을 읽으며 맘속으로 낙점해둔 범인이 보기 좋게 

탈락하면서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범인 지목을 나름 신중히 했건만 

이번에도 쭈루룩 미끄러졌다.

내 머리가 딸리는 건지, 히가시노 작가가 대단한건지 모르겠지만

장담컨데 추리소설 좀 꽤나 읽어본 당신이라도 이 소설에서 범인을 

찾긴 쉽지 않을거고

마지막의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분명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전통 료칸 회랑정의 주인이자 기업인인 이치가하라 회장이 사망했다.

회장에게는 아내도 자식도 없다. 남기고 간 막대한 유산은 

누구에게 얼마만큼 돌아갈까..

회장의 유서가 공개되는 49일제에 모인 친인척들은 각자에게 분배되어

돌아올 유산의 양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30대의 기리유 에리코가 70대의 기쿠요 부인으로 변장을 

하고 그 자리에 간 것은 딱한가지.

동반자살로 위장된 살인사건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연인 지로에 대한 복수심에서다.

9명의 친척과 유산 관련자들이 모인 회랑정은 동반자살 건으로 

이미 사건사고가 있었던 곳인데

묘하게도 동반자살이 일어났던 당시에  회랑정에 있었던 

이들은 이번에도 함께 모이게 된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유서가 공개되기도 전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숨 돌릴 틈없이 연이어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이들 중에 범인이 있다. 그래야 앞뒤가 맞다.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모른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나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미끼를 이용해서 상대방이 접근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 미끼란, 아까 모든 사람 앞에서 보여줬던 기리유 에리코의 유서다.


추리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은 다 갖추었다.

하지만 마지막 결론에서 뻔할것 같았던 내용은 급 유턴을 하게 되고

엔딩에서 숨이 턱하니 막히면서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내가 읽은 

최고로 슬픈 추리소설이 될것이다.


짜임새도 좋고,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도 잘 그리고 있다.

살인의 동기도 과장스럽지 않고, 복수의 당위성도 잘 표현했다.

탄탄한 소재에 군더더기 없는 장식으로 깔끔한 외관과 견고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집 한채를 만들듯 히가시노 게이고는 꽤나 군침도는 소설 한권을 탄생시켰다.

그래서 출간된지 30년이 지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고 

눈과 손이 가는 책으로 아직까지 우리들의 추리 세포와 감성을 

자극하며 사랑받고 있지 않나 싶다.

독자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에 이야기를 물고 끌고나가는 

그의 재주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천일동안 이야기를 이어나간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나는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음 작품을 찾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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