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 이 순간 내 마음을 만나고 싶을 때
조연주 지음 / 북스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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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을 불혹이라고 했고 50을 지천명이라고 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나이를 지나, 하늘의 뜻을 이해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나는 허구헌날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휘둘리며 산다.


비교적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하지만 그건 외적인 모습일뿐

사실 고백하건데 나의 내면은 들끓는 마음으로 사소한 것에도 상처받는

여린 마음을 가졌다.


매일 화나고 속상해하고 웃다가 울다가,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런 지랄 맞은 내 감정들이 어느땐 무척 싫다가도 어느땐 연민이 들때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소소하고 사소한 감정에 대한 에세이다.


나와 친한 사람들이, 혹은 그다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던진

말 한마디에 깊은 상처를 입고 회복되지 못하는 감정앓이를 할때가 있다.


저자은 어렸을때 웃을때마다 튀어나오는 광대뼈 때문에 못생겼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사람들 앞에서 잘 웃지 않게 되었다.

여린 감정을 다친 저자가 다시 환하게 웃게 될때까지 십수년이 걸렸다.

성인이 되어 친구들의 '너는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에 비로소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린 것이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다치게 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내 뱉고 있다. 반대로 그러한 말에 상처받아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화살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 올 수 있다.

나 또한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비수를 꽂지는 않았는지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반성하게 된다.


냉면 위의 계란 반쪽에 얽힌 에피소드와 360일 술마시던 직장상사때문에

점심시간에 늘 해장국을 먹어야했던 이야기, 처음간 미용실 원장에게 커트를 맡겼다가

엉망이 된 이야기, 마음 좋은 아버지가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이야기 등등..

살다보면 흔하게 겪게되는 일들과 그러한 사소한 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는 섬세하고 깔끔한 필체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특별하거나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쉽고 깊게 공감이 간다.

맞아..맞아.. 나도 그랬어..라며 의자하나 가져다 끼여앉아 함께 신나게

얘기하고픈 에피소드들이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

나는 앞 이마가 제법 튀어나온 짱구다. 게다가 뒤도 튀어나왔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 당시엔 앞뒤로 납작하게 생긴게 이쁜 두상이라 여겼기 때문에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됨) 내 머리 두상은 어딜가도 놀림감이었다.


앞 짱구인걸 감추기 위해 나는 앞머리를 자른 뱅스타일을 하고 다녔고,

그러한 스타일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앞머리를 내리고 다닌다.

몇년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친구들을 수십년만에 만났다. 반갑게 나를 맞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너는 변한게 하나도 없네. 머리스타일도 그대로고.."

"이 바보들야, 너네가 그때 날 놀린건 생각도 안나냐~~"

참 다행이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어서..


무던히도 감정이 시달리던 시기들은 누구에게도 있다.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지고 못나보여 죽을듯이 괴로웠던 그 시간들 말이다.

그러나 참 신기하게도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고 나면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게되더라. 운 좋게 누군가의 도움과 격려를 받기도 하지만

내가 내 감정들을 쓰담쓰담 해야 한다.

아픈 마음에 연고를 바르고 덧나지 않게 수시로 살펴야한다.

그래야 빨리 낫는다.

나의 감정만큼이나 타인의 감정도 살펴보도록 하자.

내가 던진 한마디에 다른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하자.


타인의 감정에 살가움을 더하고 여린 나의 감정에 경화제 한스푼을

더해봐야겠다. 누구의 감정이든 존중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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