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 세상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스님의 마음편지
선명 지음, 김소라 그림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보고 울컥해서 읽을까 말까..고민했던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에 무척 약하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핑~하니 눈물이 돌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제목에 떡하니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멀쩡한 안구를 하고 한권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천년만년 내 곁에 있어주실것 같은 엄마가 돌아가신지 십년이 좀 넘는것 같다.

맘껏 투정을 부리고 응석을 부려도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일만 아군을 잃은 장군의 심정과 비슷할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돈 많은 친구도 아니고

결혼 잘한 친구도 아니고 부모님이 살아계신 친구들이 제일 부럽다.

이 책을 쓰신 선명 스님은 출가하신지 십수년이 되시는 스님이다.

그리고 스님이 머물고 있는 절의 주지 스님이 바로 이 책의 작가인 선명스님의 '엄마'인 것이다.

속세의 인연을 넘어 출가해서도 한 집(?)에서 살고 있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인연이라 할수 있겠다. 

모녀가 머리를 깎고 출가를 하게 된 데에는 말 못할 힘든 사연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스님들이 속세의 과거사를 이야기하지 않고 절제하며

일상적인 삶과 거리를 두는 까닭은 아마도 종교의 품 안에서 잠시라도 자신을 내려놓고

위로받고 쉬어갈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이 책을 쓴것은 결국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사는 모습은 제각각 모양새는 다를지라도 삶의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그말이 참 살갑게 와 닿았다.


절 집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더 고단하고 더욱 분주할터이다.

절이든 속세든 녹녹찮은 생활이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절에 내 편인듯 내 편아닌

내 편같은 엄마, 주지스님이 가까이 계시니 글을 쓰신 선명 스님은 전생에 많은

복을 지으셨나보다. 새록새록 시샘이 날 정도로 부럽기만 하다.


"심술이 나고 속이 상하면, 나는 밥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면 주지스님 속이 바짝바짝 타는 것이 느껴집니다.
주지스님은 단단하고 강한 분인데도 내가 밥을 먹지 않으면 매번 하염없이 약해집니다.
나는 못되고 심술 맞게도, 그래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갑질을 주지스님에게 하는 겁니다.

내가 밥을 안 먹는다고 속이 바짝바짝 타는 이가

세상천지에 엄마 말고 또 누가 있을까요"


이렇게 엄마인 주지스님께 감히 갑질도 해볼 수도 있고,

돌아오는 주지스님의 잔소리에 귀에 못딱지가 생길 정도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누가 그렇게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하겠는가.

그건 누가 뭐라해도 딸이 잘되길 바라는 엄마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달콤살벌한 모녀의 절집 생활이 눈에 보이는듯하여 책을 읽다 문득문득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된다.


절집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일들이 가득하고

서툴지만 절집 살림을 해나가는 이야기, 수행을 하며 겪게되는 에피소드와 힘겨움을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깔깔거리며 웃고 있자니

한적한 절집에서 머리 깎은 스님들의 웃음 소리와 목탁 소리,

산사를 돌아 부는 바람소리, 그리고 은은한 향내음이 나는듯 하다.

그리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스님들이 참 정겹고 가깝게 느껴진다.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절집 뉴우스~~~ 가득 담은 에세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차이.
엄마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고 아니고의 차이.
서러움을 삭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주지스님이 계셔서 좋습니다.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을 만큼 큰 헤아림으로
주지스님이 나를 짝사랑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엄마이자 스승이신 스님과 주지스님의 관계가

때로는 투닥거리며 때로는 애틋하며 때로는 따뜻하게

그렇게 오랫도록 아름답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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