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 속에서 맴돌던 생각은
도대체 이 여우는 뭐지..?
어쩜 이렇게 못되먹은 녀석(?)이 다있지? 사람이었다면 상종을 안했을꺼야.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여우 이야기.. 라는 책을 넘기면서 꽤나 당황스러웠다.
이 책은 800년간이나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교활하고 약싹빠르고 남의 등이나 쳐먹는 이런 여우를 왜
사랑하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풀기위해서 나는 더욱 책에 열중해야했다.
여우라는 동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잔꾀를 부리며 영악하고
약싹빠르고 교활한 이미지로 나온다.
신기하다.
이러한 여우의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고맙게도 프롤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이브는 하느님이 금기시한 사과를 따먹게 되고 아담과 함께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다.
자신의 피조물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을 보자
이를 가엽게 여긴 하느님은 아담에게 지팡이를 쥐고 주며
지팡이로 바닷물을 휘저으면 그때마다 도움이 되는
생물이 나타날것이다 ..라고 알려준다.
그리고는 이브는 지팡이를 만지지 못하게 하라고 이른다.
아담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양,개,암소,아산양,말,닭,칠면조,오리등과 같이 도움이 되는 동물이 나타났고
이브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늑대,여우가 나타났다.
즉 인간의 주린 배을 채우는데는 도움이 안되는 동물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아담은 금손이고 이브는 똥손이라는 말이다.
이브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뱀의 꼬임에 넘어가 사과를 따 먹었으니
이미 전과1범인 그녀를 애써 변호하고 싶진 않지만
여자가 하는 일들은 어리석고 무모하다고 치부하는 그 옛날의 삐딱한 시선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하느님께 미운털이 박힌 똥손인 이브가 만들어낸 여우는
그 탄생 스토리답게 간사하고 교활하다.
늑대의 조카를 자처하며 늑대를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늑대를 등쳐먹기에 바쁘다.
입에 발린 거짓말로 거위도 잡아먹고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남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짓을 밥먹듯이 한다.
못된 짓을 다 하지만 근데 정작 여우는 주린 배를 채우고
가족들도 어째거나 먹여 살린다. 그럭저럭 잘 산다.
한글도 떼기전부터 착한 일을 하면 하늘에서 복을 준다는 권선징악적인 우화에 익숙해지다
못해 삭혀진 동양인의 사고방식으로 본다면 참 이해안되는 일이다.
이런 여우를 프랑스인들은 사랑했던 이유는 뭘까..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간다면
아무래도 프랑스의 역사적인 배경을 배제할 수 없을듯 하다.
귀족과 군주들이 지배하던 그 시설..
백성들은 배를 주리며 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우가 사람들을 속이고 사제를 속이고 다른 동물들을 속이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보고 어쩌면 가진 것 없이 핍박받았던 그 당시의 가난한 자들은
대리 만족을 느꼈던거 아닐까 싶다.
여우의 영악함과 잔꾀에 넘어가는 다른 이들을 보며 그들은 관리들과 귀족들과
왕을 비웃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양반들이 도둑이라 했던 홍길동도 그렇고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삿갓도 그렇고
현대의 시각으로 본다면 도둑과 사기꾼인데도 그 당시 그들의 행위에 다들
통쾌해했고 그 이야기가 구전으로 남아 내려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보고자 한다.
그런 시각을 장착하고 다시 여우를 보니
음.. 처음에 느꼈던 얄미움은 사라지고 살짝 동정심도 생기는 걸 보니
모든 것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나에게 적이 될수도 있고
동지도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낯설지만 이색적이었던 프랑스의 여우 이야기..
기회가 닿으면 프랑스인에게 이 여우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토론을
해보고 싶은데 불어는 까막눈이라 요원한 희망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