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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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학창시절, 친구들이랑 쇼핑하러 나가거나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걸을때면 "앗.. 저거 완전 네 취향인데.." 하며 친구들이 흥분하여 막 떠들때가 있었다.

뭔가 하고 쳐다보다 피식 웃음이 터지곤 했었다.

제대로 찾았군..하는 의미다.


친구들이 나의 취향이라고 확신에 마지 않으며 펄쩍 펄쩍 뛰며 가리키는 그것들은

령 옷일 경우에는

레이스가 잔뜩 달렸거나 프릴이 달렸거나 자잘한 꽃무늬이거나 물방울 무늬거나

누가봐도 여성여성한 것들이다.


하다 못해 우산 끝에 프릴이라도 이쁘게 달려 있으면..

"맞지? 저거 완전 네 취향이지..?"하며 나 보다 먼저 발견한 기쁨을

만끽하는 표정을 짓곤 했다.

다행히 내 친구들중엔 못된 애들이 없어서 인지..

아님 내가 친구들보다 기가 쎄서 인지.. 나의 그런 약간 촌스러운(?) 취향을 지적질

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또 다른 내 친구는

"나 새 옷 샀는데.."

" 으음..........."

난감해진 우리들이 잽싸게 위 아래를 훝어봐도 평소때랑 똑 같다.

다른 데가 없다.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며..

"어..어디...? 뭐..뭘 샀지..? "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티셔츠를 새로 샀단다.

" 저번에 산 티셔츠는 회색이고..이건 조금 더 진한 회색이잖아"

" +_+;; "

하느님도 절대 못 맞출것 같은 똑 같은 디자인에, 비슷한 색깔의 옷을 좋아하는

내 친구는 그렇게 대학 4년 내내  옷 같은 새 옷을  입고 다녔다.

개인적인 취향... 을 요즘 시쳇말로 개취..라고 하더라.

지금이야 개인적인 성향들이 다들 강하고 또 그런한 성향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서 그나마 개인적인 취향이 존중받고 인정 받는 분위기지만

사실 불과 몇십전 전까지만 해도 취향.. 이라는 단어에는 왠지

​고상한,고급진,세련된,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지만 좀 그럴듯 해보이는 시기가 있었다.

물건너 오고.. 좀 비싸고.. 잡지 책에나 나오는 듯한 그런 물건들을 걸치고..

입안에서 (혀 깨물지 않도록) 혀를 잘 굴러야 하는 듯한 이름의 와인을 마시고..

정형화 되어 있는 고급진 이미지 앞에 취향..이라는 단어가 붙어야 할 듯 했었다.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일이다.

취향이라는게 개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남들과 구별되는 본인의 개성일텐데..

너도 나도 따라하는 "고급진 취향"이나 "세련된 취향" 이라니..


나는 지금도 프릴이 달린 옷을 보면 가다가도 뒤돌아보고

레이스가 화려하게 달린 원피스를 보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챙이 이쁜 모자를 보면 쥔장이 눈치를 줄 때까지 썼다 벗었다 하면서

자뻑의 계곡에서 헤엄친다.


남들에겐 유치하고 나이에 걸맞지 않고  품위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절대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것..

이 책을 요약하자만 딱 이 말이 맞을 것이다.

취향이라고 하는 원소들이 모여

나..라고 하는 생명체를 만든다.

완전체가 되기 위해서는 지독히도 소소하고 자잘한 나만의 취향들이 모여야 한다.

그러한 취향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어야 그 생명체는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짝사랑 전문가, 주말에는 집 밖을 나가기 싫어하고, 세계 어디를 가도

알아보는 술꾼, 여행도 좋아하지만 여행 준비를 준비하길 좋아하는..

일상이 작고 소소한 작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낄낄대고 웃는 것은 어쩌면 취향이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전혀 닮지 않아서 이기도 할것이다.

따져보면 별달리 특별할 거도 없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매일이 특별한

그런 날들을 보내는 알콩달콩 재미진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 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이 지독한 변덕스러움에도

남과 구별되는 나 만의 색깔... 나의 개인적인 취향들을

정리해서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어 볼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보며

한동안 깔깔대고 혼자 웃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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