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2
디나 루비나 지음, 강규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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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러시아 문학이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이 다였다.

엄지 척을 할 정도로 두 말할 나위 없는 대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들이 활동하고 사망한 1900년 이후,

솔직히 이렇다 할 러시아 문학 작품들을 접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탓일까..

현대 러시아 문학에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내가 잘 모르는 제3국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설레임으로 두근거린다.

동토의 나라, 눈부신 하얀 겨울만 계속 될 것 같은 이국적인 러시아의

문학 작품도 같은 하얀색일까 하는 기대감과 궁금함이 재촉한다.


 


출판사 이야기가 있는 집" 에서 출간한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이라는 작품은

디나 루비나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현대 러시아에서 제일 유명 작가들 중의 한명으로 그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데이트를 앞둔 소녀마냥 마음이 설렌다.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이라는 작품은

9 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첫 단편인 [두개의 성]은 한 사람의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러한 이야기 형식에 익숙치 않았던 나는 훅~ 하고 당혹감이 밀려들어왔다.

속도를 늦춰 천천히 읽어 내려가자 당혹감도 잠시

나는 이야기 속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라는 알았지만

친자식 이상으로 더 아끼며 키웠던 한 남자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인종도 다르고 문화가 다른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구나.. 사람 사는 얘기는 어디든 비슷하네라며 어느새 작품속의

인물에 감정 이입하며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신기했다.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두번째 단편 또한 5년전 세상을 떠난 엄마.

그리고 새 여자와 살기 위해 집을 떠나는 아빠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디나 루비나의 작품속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무언가가 하나씩 결핍된

사람들이다.

사랑에 결핍되어 있거나 희망을 빼앗겼거나 지울수 없는 배신감을 당했거나..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의 완벽하지 않은 이야기

안스럽고 짠해지는 등장 인물들에게 묘한 동질 의식을 느끼고

짠한 안타까움이 어릿어릿해진다.


 

한편 한편의 이야기에 푹 빠질때쯤 뜬금없는 타이밍에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나는 그 뒷이야기가 알고 싶어 미칠지경이 된다.

어떻게 되었다는 거지..? 그래서 .. 그 뒤는..??


나의 조바심이 커질수록 뒷 이야기를 수습해보는 내 머리속은 바쁘다.

작가가 뭉퉁..하게 짤라버린 그 꼬리를 이어 붙이기 위해 독자는 애를 쓴다.

이야기가 끝난게 아니다.


나의 상상력은 꼬리를 꼬리를 물고 커졌다 작아졌다, 꺼졌다 부풀었다 난리를 치다가

스스로도 만족 할 만한 스토리를 만들고 나서야

다음 편으로 넘어 갈 수가 있다.

 

지독히도 강력한 흡인력이다.


디나 루비나..라는 작가의 담담하지만 힘이 넘치는 필력 때문인지,

어딘가 나를 닮은 듯한 작품들 속의 애잔한 인물들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설레이며 책장을 넘겼던 이 책은

묵직한 감동 한 덩어리를 내 가슴에다 턱 하니 내려놓았다.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큰 파장으로 남았던

러시아의 현대 문학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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