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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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버려진 수도원에서의 생활을 하는 라 모트 후작 내외와 아들린,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수도원의 주인과 일행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라 모드 후작과 수도원 주인과의 관계도 갑자기 갈등 요소로 등장한다. 미스테리한 것은 하나 둘 늘어난다. 그리고 이들의 심리는 계속 얽혀 들어간다.

인용되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리어왕, 한여름밤의 꿈, 존왕 그리고 다른 인용구들도 긴장감을 더해준다.

사건이 혼탁해질 수록 아들린의 올곧은 태도와 성정은 안타까움을 더해간다. 아들린의 악몽과 아들린에게 닥친 위험을 추적하며 읽어나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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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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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

표지의 찢어진 시계 그림은 독특한 서술방식을 은유하고 있다. 주인공 벤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미래를 불현듯 동시에 느끼는데, 그는 사건의 전후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의 시야는 가리워져 있고 혼란스럽다. 모두 벤지를 챙기지만, 무시하는데, 벤지는 '30년 동안 세 살이 된(29p)' 서른 세 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건 독특한 경험이다. 좁은 시야에 갇혀, 무시당하며, 모든 일을 보면서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경험이다. 벤지는 계속 고함을 지르거나 울고있다.

벤지의 방법은 모든 것을 통렬하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이다. <고함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는 벤지의 존재 자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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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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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라 모트는 아들린의 행동을 불순한 동기와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며 속세의 관행을 여과 없이 적용했다.

104p

궁지에 내몰린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 자신의 불안을 스스로 잠재우기 위해 노력한다. 열악함 속에서 우정과 신뢰, 사랑을 돈독히 해 나가면 좋으련만, 마담 라 모트는 자신의 불행이 너무 큰 나머지 조금씩 무너지고, 남편 라 모트와 아들린을 의심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의 구절들이 인용되어 있는 것도 묘미이다.

짧은 평화와, 긴박함, 그리고 세 사람의 갈등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든지, 마담 라 모트의 자기 연민 속에서 뒤틀릴 것 같은 예감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수도원의 비밀들도 이곳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수도원이 비밀들도 모두 밝혀질 지 궁금하다.







마담 라 모트는 아들린의 행동을 불순한 동기와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며 속세의 관행을 여과 없이 적용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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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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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3회를 맞는 <이효석 문학상>은 1936년 발표된 한국 단편소설의 대표격인 ‘메밀꽃 필무렵’의 이효석 작가님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다. 단편소설 중에 문학적 성취가 뛰어난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은 단편으로 한국 단편 문학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는 완벽한 경험이었다. 

 

김멜라 작가님의 <제 꿈 꾸세요>는 대상수상작으로 한껏 기대하며 읽었는데, 의외의 소재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푹 빠져버렸다. 말도 안되는 설정과 희한한 인물들이 이리저리 튀는데도 그들의 삶은 바로 여기서 펼쳐졌었고, 그들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었고, 내게 올 아픔이라는 걸 알게된다. 결국은 챔바, 챔바를 부여잡고 주인공처럼 단박에 의지하며, 단편이라는게 가장 아쉬워버린 이야기였다. 

 

참, 제목이 달달한 <제 꿈 꾸세요>라니. 난 달달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미 출간된 김멜라 작가님의 책이 전혀 읽고 싶지 않았었다. 정말, 제목만 본 한심한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이야기지만 말이다. 

 

백수린 작가님의 <아주 환한 날들>은 불현듯 공감이 갔다. 그들의 균열은 나의 균열이었고, 어떤 삶은 쓸쓸하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쓸쓸한게, 그렇게 홀대받을 일인가? 어쨌든 쓸쓸한 사람의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은가? 

 

이주혜 작가님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팬데믹 시기를 보낸 후 가장 공감할 수 밖에 없고,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는 계속 한 발 빼고, 아닌척, 모르는 척 현실을 알고 싶지 않아 발버둥인데. 결국은 이런 세계라며 미리 알려주는 경고같은 이야기. 감사히 읽었다. 

 

김지연 작가님의 <포기>는 너무 담담한 주인공에 마음이 서늘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삶이 있다. 각자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밖에 없고, 서늘하게 공존이라고 할 수 없는 연대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삶과 지점을 잘 포착한 작가가 역시나 멋졌다. 

 

그런데, 나는 심사위원도 아니고… 사실 그냥 다 너무 좋았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았다. 단편이라서 부담없이 골라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어쨌든 선정작이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좋았고, 여러 작가님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여러 명의 단편선이라는 것도 수상작품집의 독특한 점이다. 해설도 단편처럼 무한히 길었으면 좋겠다. 

 

단편이라 아쉽고 더 궁금한건 단편이 가진 최대 매력이 아닐까. 이렇게 한명 두명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늘어나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한국 단편을 즐길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택할 수 있는 책. 아마 수상작품집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그런 성질의 책이긴 하겠지만, 어떤 해는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에 좌절했던 해도 있었는데, 이번엔 그래도 하나같이 좋았던건, 내가 이 시대를 맛깔나게 살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이 시대에 대차게 당하고 있어서일까? 그건 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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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철학자 - 키르케고르 평전
클레어 칼라일 지음,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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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철학자> 완독. 이라고 해도 될 지 모르겠다. 읽으면 읽을 수록 궁금한게 생기고, 다 읽고 나니 더 찾아보고 싶은 내용이 늘어나는데, 이 책을 완독했다고 할 수준이 될까? 어쨌든, <마음의 철학자>를 읽은 성과라면, 쇠렌 키르케고르의 고뇌를 재현해 낼 수 있었다는데 있다. 이 책의 재현의 과정은 전 생애, 전 작품을 다루는 입체적인 구성으로 무척 흥미로웠다. 

 

30대 초반의 쇠렌 키르케고르는 1년여의 약혼 후 파혼으로 도망쳐 저술가의 삶으로 성공적으로 도피했다가 저작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그의 질문들은 과감하고, 답을 찾는 과정 또한 철저하다. 이러한 집필이 그의 삶에서 정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도약은 그의 정체성이고, 이 도약이 성공적이었기에 쇠렌 키르케고르가 있었던 것 같다.  

 

그의 도약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역행했다가, 말년까지 관통하는 고뇌를 추적하도록 작가는 <마음의 철학자>를 소설처럼 배치하였기에, 무척 흥미진진한 평전이다. 




당연하겠지만, 키르케고르의 고뇌는 사회적 배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는 당대의 지식인들과 비판을 주고받으며 저술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가 주창한 유신론적 실존주의 역시 시대를 위한 철학이자 시대를 도약시킬 사상이었다. 

 

그와 그의 약혼녀에게는 불행이었겠지만, 파혼 역시 그 시대의 가치 체계를 뛰어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르케고르의 약혼녀 레기네를 향한 사랑, 미안함, 그리고 괴상한 충성심은 요즘의 관점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보편성을 가지는 동시에 사회적이고, 더욱이 결혼은 수 많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일임을 감안하면, 키르케고르가 그의 철학의 정수를 지키기 위해서, 약혼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아프게 도려낸 것은 사건의 중심이자 힘의 원천이 된다.  

 

키르케고르는 유신론적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저술가이기 때문에, 기독교적 존재관에 익숙하다면, 그의 고뇌와 논의 방향이 좀 더 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철학 사조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그리고 다양한 분파들이 차근차근 체계를 더해갔을지라도, 개인 안에서의 실존 개념은 키르케고르의 고뇌와 같이 개인적인 사건들로 인해 과거로 종종 회귀하면서도, 미래로 뻗어나가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고뇌는 시대와 철학 사조를 뛰어넘어 보편적이다.

 

그는 건강을 빠르게 소진시키며, 저술활동에 매진하고, 설교를 하기도 하며 생을 마감한다. 끝까지 레기네를 향한 사랑을 단절시키지 않으며, 답을 찾기 위해, 그 답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한 사람에게 해명하기 위해 모든 사유의 과정을 남긴 것이, 보편의 사람들을 단독자로 느끼게 했으며, 결국은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사상을 공유한다.  

 

그의 사유는 신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사랑을 핑계로, 사회와 타협하고 타인의 삶을 희생시키지도 않으면서, 온 마음이 곧 철학과 삶이 되었기에, <마음의 철학자>는 쇠렌 키르케고르를 가장 잘 표현한 수식어로 보인다.  그 시기의 철학자들은 치열한 저술가였기에, 글을 통해 사유하고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한 삶과도 맞닿아 있다. 기대 이상의 감동, 예상외로 보편적이고 치열하고 처절한 고뇌를 만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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