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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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3회를 맞는 <이효석 문학상>은 1936년 발표된 한국 단편소설의 대표격인 ‘메밀꽃 필무렵’의 이효석 작가님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다. 단편소설 중에 문학적 성취가 뛰어난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은 단편으로 한국 단편 문학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는 완벽한 경험이었다. 

 

김멜라 작가님의 <제 꿈 꾸세요>는 대상수상작으로 한껏 기대하며 읽었는데, 의외의 소재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푹 빠져버렸다. 말도 안되는 설정과 희한한 인물들이 이리저리 튀는데도 그들의 삶은 바로 여기서 펼쳐졌었고, 그들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었고, 내게 올 아픔이라는 걸 알게된다. 결국은 챔바, 챔바를 부여잡고 주인공처럼 단박에 의지하며, 단편이라는게 가장 아쉬워버린 이야기였다. 

 

참, 제목이 달달한 <제 꿈 꾸세요>라니. 난 달달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미 출간된 김멜라 작가님의 책이 전혀 읽고 싶지 않았었다. 정말, 제목만 본 한심한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이야기지만 말이다. 

 

백수린 작가님의 <아주 환한 날들>은 불현듯 공감이 갔다. 그들의 균열은 나의 균열이었고, 어떤 삶은 쓸쓸하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쓸쓸한게, 그렇게 홀대받을 일인가? 어쨌든 쓸쓸한 사람의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은가? 

 

이주혜 작가님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팬데믹 시기를 보낸 후 가장 공감할 수 밖에 없고,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는 계속 한 발 빼고, 아닌척, 모르는 척 현실을 알고 싶지 않아 발버둥인데. 결국은 이런 세계라며 미리 알려주는 경고같은 이야기. 감사히 읽었다. 

 

김지연 작가님의 <포기>는 너무 담담한 주인공에 마음이 서늘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삶이 있다. 각자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밖에 없고, 서늘하게 공존이라고 할 수 없는 연대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삶과 지점을 잘 포착한 작가가 역시나 멋졌다. 

 

그런데, 나는 심사위원도 아니고… 사실 그냥 다 너무 좋았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았다. 단편이라서 부담없이 골라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어쨌든 선정작이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좋았고, 여러 작가님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여러 명의 단편선이라는 것도 수상작품집의 독특한 점이다. 해설도 단편처럼 무한히 길었으면 좋겠다. 

 

단편이라 아쉽고 더 궁금한건 단편이 가진 최대 매력이 아닐까. 이렇게 한명 두명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늘어나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한국 단편을 즐길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택할 수 있는 책. 아마 수상작품집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그런 성질의 책이긴 하겠지만, 어떤 해는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에 좌절했던 해도 있었는데, 이번엔 그래도 하나같이 좋았던건, 내가 이 시대를 맛깔나게 살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이 시대에 대차게 당하고 있어서일까? 그건 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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