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철학자 - 키르케고르 평전
클레어 칼라일 지음,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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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철학자> 완독. 이라고 해도 될 지 모르겠다. 읽으면 읽을 수록 궁금한게 생기고, 다 읽고 나니 더 찾아보고 싶은 내용이 늘어나는데, 이 책을 완독했다고 할 수준이 될까? 어쨌든, <마음의 철학자>를 읽은 성과라면, 쇠렌 키르케고르의 고뇌를 재현해 낼 수 있었다는데 있다. 이 책의 재현의 과정은 전 생애, 전 작품을 다루는 입체적인 구성으로 무척 흥미로웠다. 

 

30대 초반의 쇠렌 키르케고르는 1년여의 약혼 후 파혼으로 도망쳐 저술가의 삶으로 성공적으로 도피했다가 저작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그의 질문들은 과감하고, 답을 찾는 과정 또한 철저하다. 이러한 집필이 그의 삶에서 정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도약은 그의 정체성이고, 이 도약이 성공적이었기에 쇠렌 키르케고르가 있었던 것 같다.  

 

그의 도약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역행했다가, 말년까지 관통하는 고뇌를 추적하도록 작가는 <마음의 철학자>를 소설처럼 배치하였기에, 무척 흥미진진한 평전이다. 




당연하겠지만, 키르케고르의 고뇌는 사회적 배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는 당대의 지식인들과 비판을 주고받으며 저술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가 주창한 유신론적 실존주의 역시 시대를 위한 철학이자 시대를 도약시킬 사상이었다. 

 

그와 그의 약혼녀에게는 불행이었겠지만, 파혼 역시 그 시대의 가치 체계를 뛰어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르케고르의 약혼녀 레기네를 향한 사랑, 미안함, 그리고 괴상한 충성심은 요즘의 관점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보편성을 가지는 동시에 사회적이고, 더욱이 결혼은 수 많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일임을 감안하면, 키르케고르가 그의 철학의 정수를 지키기 위해서, 약혼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아프게 도려낸 것은 사건의 중심이자 힘의 원천이 된다.  

 

키르케고르는 유신론적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저술가이기 때문에, 기독교적 존재관에 익숙하다면, 그의 고뇌와 논의 방향이 좀 더 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철학 사조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그리고 다양한 분파들이 차근차근 체계를 더해갔을지라도, 개인 안에서의 실존 개념은 키르케고르의 고뇌와 같이 개인적인 사건들로 인해 과거로 종종 회귀하면서도, 미래로 뻗어나가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고뇌는 시대와 철학 사조를 뛰어넘어 보편적이다.

 

그는 건강을 빠르게 소진시키며, 저술활동에 매진하고, 설교를 하기도 하며 생을 마감한다. 끝까지 레기네를 향한 사랑을 단절시키지 않으며, 답을 찾기 위해, 그 답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한 사람에게 해명하기 위해 모든 사유의 과정을 남긴 것이, 보편의 사람들을 단독자로 느끼게 했으며, 결국은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사상을 공유한다.  

 

그의 사유는 신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사랑을 핑계로, 사회와 타협하고 타인의 삶을 희생시키지도 않으면서, 온 마음이 곧 철학과 삶이 되었기에, <마음의 철학자>는 쇠렌 키르케고르를 가장 잘 표현한 수식어로 보인다.  그 시기의 철학자들은 치열한 저술가였기에, 글을 통해 사유하고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한 삶과도 맞닿아 있다. 기대 이상의 감동, 예상외로 보편적이고 치열하고 처절한 고뇌를 만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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