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타반
헨리 반 다이크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푹 빠진 월간 내로라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아르타반(The Other Wise Man)>

우리말 제목 ‘아르타반(Artaban)’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아르타반(Artaban)’은 당연한 진리란 존재하지 않으며, 일생을 바쳐 진리를 찾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저자 헨리 반 다이크가 목회자로 사역하던 1895년 설교를 통해 낭독한 이야기이며, ‘네 번째 동방박사(The Fourth Wise Man)’와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다고 한다.

주인공 아르타반 – The Other Wise Man – 네 번째 동방박사 – The Fourth Wise Man, 모두 동일 인물이다. 동방박사는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방문한 세 명의 동방박사를 말한다. 네 번째 동방박사인 아르타반은 왜 성경에 등장하지 못했을까?


아르타반은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로 등장한다. 실제 조로아스터교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설명과 함께, ‘나사렛 가족’을 만나러 가고자 할 뿐이다. 아르타반은 순례를 같이 하기로 한 친우인 동방박사들과 합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죽어 가는 유대인 한 명으로 인해 일행을 놓친다.

그는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반짝이는 밤 하늘 같은 사파이어와, 태양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루비, 황혼녘 설산처럼 희고 맑은 진주를 준비하였으나, 이 세 보물은 끝내 봉헌되지 못한다. 각 장의 제목은 보물인 사파이어, 루비, 진주이다. 이 보물이 봉헌되지 못하고 소진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 다시 살더라도 똑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아르타반의 회고는 깊은 깨달음을 준다.

영어는 영어 성경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영어성경을 읽을 때의 난관인 지명과 인물 이름, 생소한 어휘들이 영한합본의 이점을 통해서 쉽게 극복되어서 무척 편했다. 교수이자 목사, 저술가, 행정가이면서 시인이자 작가였던 헨리 반 다이크의 유려한 문장과 매끄러운 번역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선물같이 좋은 이야기!

이야기 자체가 깊은 울림을 주고, 시어같이 아름다운 영어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원서를 나란히 담고 있는, 단숨에 읽고 깊어질 수 있는 ‘월간 내로라’ 시리즈 책 세 권을 함께 하면서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어느 개 이야기>는 받자마자 영어도 무척 즐기며 읽었고, <마음의 연대>는 대화가 많아서, 읽는 재미가 색달랐다. <아르타반>은 정말 성경읽기 같은 느낌이라 내용도 어휘도 곱씹으며 읽을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으로 한번쯤 접해보면 너무 좋을 ‘월간 내로라’ 영한 합본시리즈. 앞으로도 단편은 꼭 원서로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월간 내로라’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게 읽고 깊어질 수 있는 좋은 영문 단편을 영한 합본으로 담은 월간 내로라 시리즈의 또 다른 책 <마음의 연대(A Jury of Her Peers)>

표지의 세 여인의 그림은 책의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세 여인의 뒤로 보이는 흐릿한 형체는 새장이고, 어깨 위에 앉은 노란 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중 가운데 한 사람의 마음은 드러나 보이고, 다른 두 여인의 마음과 연대하고 있다(표지그림: bluefairy 정지은 <마음의연대> 2021 mixed media 51.5x7728cm). 이들의 마음의 연대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들은 같은 마을에 사는 세 여인이다. '겉에선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에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영문: We all go through the smae things -- it's all just a different kind of the same thing!)고 외치게 되는 세 여인은, 자던 중 남편이 목이 졸려 살해된 라이트 부인과, 사건 현장에 온 피터스 보안관의 아내인 피터스 부인, 그리고 여자 한 명이 더 동행하기를 바라서 같이 간 마사 헤일이다. 피터스 부인과 마사 헤일은 일 년 전 지역사회 모임에서 인사를 나눈적이 있을 뿐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살인사건 앞에서 연대한다.

연대의 과정은 사건이 발생한 라이트씨 집을 둘러보면서 이어지는 대화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보안관과 남자들이 중요한(awful important) 일을 하는 듯 증거를 수집하고, 피터스 부인과 마사 헤일은 집안을 둘러보며 사소하기 그지 없는 대화를 한다. 찬장에 있는 깨진 쨈병, 빈 새장, 바느질 하다만 천들을 보는 관점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시선에 공통점이 없다. 관점의 차이,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사건의 진실은 어떻게 드러나게 될까.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안애서 연대의 마음이 생기는 것을 세심하게 풀어낸 여성 작가 수잔 글래스펠의 서술은 독특하고 새로웠다. 이렇게, 알 수 있다는 것을 포착할 수 있을까? 과거 같은 마을에 사는 세 여인이 서로를 이해하듯이 현대의 여성들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영문과 함께 읽기에도 무척 재미있었다. 문학 번역의 묘미도 느낄 수 잇다. "실망이 거듭되면 상심하게 돼요. 말 그대로, 마음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마는 거예요."의 영어 문장은 "A person gets discouraged -- and loses heart."와 같았다. discouraged, loses heart는 좀 더 담백하고,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실망시키는 방법인 discouraged, 즉각적으로 잃어버리는 것은 마음이라는 느낌의 문장이다. 이러한 표현의 차이는 감동할 수 있는 지점을 늘려준다.


<마음의 연대(A Jury of Her Peers)>의 깊이를 더하는 글로는 펴낸이의 말과 작가 수잔 글래스펠의 소개, 그리고 이 책의 모티프가 된 실재 사건인 '존 호색 살인사건'과 관련된 글이 실려있다. 펴낸이의 말에서는 제목 "A Jury of Her Peers"를 '마음의 연대'로 번역한 이유도 나온다. 실재 사건인 존 호색 살인사건에서 첫 번째 판결과 두 번째 판결도 무척 흥미로웠다.

단숨에 읽고 싶어질 수 있는, 월간 내로라 시리즈의 <마음의 연대(A Jury of Her Peers)> 많은 대화가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영한 합본읽기였다.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이라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많은 분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웃고 있는 두 마리 강아지, 따뜻한 표지의 <어느 개 이야기 (A Dog's Tale)>은 마크 트웨인의 단편으로, 짧은 분량의 단편 전체를 왼쪽에는 영문을, 오른쪽에는 우리말을 실어 영한 합본으로 구성했다. 한 달에 한 편, 영문 고전 단편 소설 시리즈인 월간 내로라 시리즈는,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선정하여 짧은 분량의 독서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에게는 첫 내로라 시리즈 책이었는데,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던 단편인데다가, 풍성한 구성, 양장과 펼침까지 완벽한 예쁜 책이었다.



마크 트웨인의 <어느 개 이야기 (A Dog's Tale)>는 표지 처럼 엄마 반려견과 아이 반려견이 나온다. 처음에는 아이였던 주인공 강아지는 엄마와 떨어지게 되고, 시간이 흘러 작은 강아지의 엄마가 된다(By and by came my little puppy, and then my cup was full, my happiness was perfect. - 영어문장도 너무 예쁘다).

그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여도 좋았을 것 같은데. 강아지 서술자의 서술은 정말이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마크 트웨인은 <어느 개 이야기 (A Dog's Tale)>에서 훨씬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된 주인공 강아지는 엄마의 가르침을 따라,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해, 그리고 행복을 거머쥐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49p). 이러한 강아지의 태도는 사랑스러운 반려견들의 본성에 맞닿아 있고, 반려견과 함께 해 본 이들이라면, 이러한 선량함을 깊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한결같은 충직함과 쉽게 기뻐하고, 두려워하고 미안해 하다가도 금방 모든 것을 용서하는 반려견!

강아지는 본성에 따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강아지가 되고, 그는 자랑거리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강아지를 어떻게 대하는지!! 처음에 엄마와 떨어뜨려 놓을 때 부터, 사람들은 강아지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의 강아지의 다리는 왜 절뚝거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의 행복을 완벽하게 해주었던 작은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는지. 귀엽고 사랑스럽게 시작해서, 슬퍼하고 분노하게 되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오른쪽의 한글만 보게 되는... 치명적이고 사소하고 당연한 단점이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영문을 보면 또 너무 재미있었다.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왼쪽 페이지만을 보면- 또 다르게 와닿는다. 강아지는 더욱 귀엽게 이야기하고, 새로운 단어들도 쉽게 이해된다.



단편을 읽고, <깊이를 더하는 글>로 실린 '터스키기 매독 생체 실험'과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책 내용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기 좋은 주제였다. 런던 동물실험반대협회에 보내는 마크 트웨인의 서신이 영문과 국문으로 실어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이지 완벽했던 책, <어느 개 이야기 (A Dog's Tale)>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한다면, 더불어 영문까지 함께 읽기를 원한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주의사항은 무척 슬플 수 있다는 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딕 소설의 대모라 불리우는 앤 래드클리프의 대표작 <숲속의 로맨스>

앞선 두 권의 고딕 소설을 읽고 고딕소설을 대하는 자세와, 충분한 기대를 한 채로 읽은 <숲속의 로맨스>. 고딕 소설 특유의 웅장한 고택, 고딕소설계의 셰익스피어답게 배경 묘사가 무척 아름다웠다. 게다가 적절히 배치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에서 인용한 구절들은 작품의 배경음악처럼 분위기를 끌어주었다.



신비로운 분위기, 극명한 인물의 성격, 깊은 심리 서술은 잘 와닿았고,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작품답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전개가 있었다. 수도원의 흉흉한 소문, 밝혀지는 과거와 음모,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결말까지 굴곡있는 이야기였다. 전반적으로 긴박한 전개이지만 중간중간 평화가 찾아올 때가 있었는데, 그 완급조절이 좋았다.

<숲속의 로맨스>에서는 로맨스를 깔끔하고 고고하게 이끌었던 아들린의 역할에 주목하고 싶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시대적 배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성을 겸비한다. 그녀는 분명 시대의 부조리와 불운의 희생양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순순히 희생당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남는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다. 자연스럽게 시대가 바라는 인물상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점점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부끄럽게도 아들린을 처음부터 쉽게 믿지는 못했다. 아들린은 출신이 불분명하고, 과거의 이야기도 아들린이 말로써만 증명될 뿐이었다. 분명 그녀에게는 모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는데, 그리고 그녀의 행동이 그녀를 보여주고 있는데, 나의 세속에 찌든 우려와 불신은 어쩌면 마담 라 모트와 닮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묘사와 여러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이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야기에 점점 몰입할 수 있었다.

더불어 명석하기는 하나 유약하고, 쉽게 타락하는 피에르 드 라 모트는 이들을 숲속의 은신생활을 하게 만든 야반도주의 장본인이자, 갈팡질팡하는 인물이다. 피에르 드 라 모트가 무척이나 답답했지만, 입체적인 캐릭터로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점이 있었다.



주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아들린을 점점 응원하면서, 후반부로 갈 수록 향방을 알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이 있엇고, 하나 둘 드러나는 비밀에 경악하기도 했다. 마침내 극적인 반전으로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세밀한 서술과 흥미로운 흐름, 그리고 고딕소설의 백미를 보여주는 재미까지 두루 갖춘 <숲속의 로맨스>는 고딕소설 세권의 책의 대미를 장식했다. 가장 먼저 읽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고, 마지막에 읽어서 더 즐길 수 있었던 책이다. 고딕소설이 왜 재미있다고 하는 지 궁금한 독자라면, <숲속의 로맨스>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작가 앤 래드클리프는 제인 오스틴과 동시대의 약간 앞선 작가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또다른 작품 <우돌포의 비밀(The Mysteries of Udolpho)>도 읽어보고 싶다. 고딕서가에서 이처럼 예쁜 책으로 번역해주면 좋으련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딕소설을 읽을 수록 고딕소설이 가진 배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필수적인 신비적인 요소,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아들린의 꿈과, 수도원의 비밀의 방들, 모든 것은 잘 어우러진다.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좁고 미스테리한 공간에서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된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간의 심리전을 펼치던 이야기는 외부 세력이 생기면서는 또 다른 양상으로 변주되어 재미를 주었다. 각자의 성격과 장단점으로 살아남고, 반추하는 방법도 새로웠다. 미스테리 심리 소설의 매력을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