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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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읽고 깊어질 수 있는 좋은 영문 단편을 영한 합본으로 담은 월간 내로라 시리즈의 또 다른 책 <마음의 연대(A Jury of Her Peers)>

표지의 세 여인의 그림은 책의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세 여인의 뒤로 보이는 흐릿한 형체는 새장이고, 어깨 위에 앉은 노란 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중 가운데 한 사람의 마음은 드러나 보이고, 다른 두 여인의 마음과 연대하고 있다(표지그림: bluefairy 정지은 <마음의연대> 2021 mixed media 51.5x7728cm). 이들의 마음의 연대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들은 같은 마을에 사는 세 여인이다. '겉에선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에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영문: We all go through the smae things -- it's all just a different kind of the same thing!)고 외치게 되는 세 여인은, 자던 중 남편이 목이 졸려 살해된 라이트 부인과, 사건 현장에 온 피터스 보안관의 아내인 피터스 부인, 그리고 여자 한 명이 더 동행하기를 바라서 같이 간 마사 헤일이다. 피터스 부인과 마사 헤일은 일 년 전 지역사회 모임에서 인사를 나눈적이 있을 뿐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살인사건 앞에서 연대한다.

연대의 과정은 사건이 발생한 라이트씨 집을 둘러보면서 이어지는 대화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보안관과 남자들이 중요한(awful important) 일을 하는 듯 증거를 수집하고, 피터스 부인과 마사 헤일은 집안을 둘러보며 사소하기 그지 없는 대화를 한다. 찬장에 있는 깨진 쨈병, 빈 새장, 바느질 하다만 천들을 보는 관점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시선에 공통점이 없다. 관점의 차이,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사건의 진실은 어떻게 드러나게 될까.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안애서 연대의 마음이 생기는 것을 세심하게 풀어낸 여성 작가 수잔 글래스펠의 서술은 독특하고 새로웠다. 이렇게, 알 수 있다는 것을 포착할 수 있을까? 과거 같은 마을에 사는 세 여인이 서로를 이해하듯이 현대의 여성들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영문과 함께 읽기에도 무척 재미있었다. 문학 번역의 묘미도 느낄 수 잇다. "실망이 거듭되면 상심하게 돼요. 말 그대로, 마음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마는 거예요."의 영어 문장은 "A person gets discouraged -- and loses heart."와 같았다. discouraged, loses heart는 좀 더 담백하고,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실망시키는 방법인 discouraged, 즉각적으로 잃어버리는 것은 마음이라는 느낌의 문장이다. 이러한 표현의 차이는 감동할 수 있는 지점을 늘려준다.


<마음의 연대(A Jury of Her Peers)>의 깊이를 더하는 글로는 펴낸이의 말과 작가 수잔 글래스펠의 소개, 그리고 이 책의 모티프가 된 실재 사건인 '존 호색 살인사건'과 관련된 글이 실려있다. 펴낸이의 말에서는 제목 "A Jury of Her Peers"를 '마음의 연대'로 번역한 이유도 나온다. 실재 사건인 존 호색 살인사건에서 첫 번째 판결과 두 번째 판결도 무척 흥미로웠다.

단숨에 읽고 싶어질 수 있는, 월간 내로라 시리즈의 <마음의 연대(A Jury of Her Peers)> 많은 대화가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영한 합본읽기였다.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이라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많은 분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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