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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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을 절반정도 읽었을 때에는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과 이해 불가능한 지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지점은 예리하게 나뉘어 지는 느낌이었다. 평화로운 취향 차이정도나, 윤리적 의식, 태도의 측면에서 뫼르소가 좀 개인적인 성향이 있는 것 아닌지,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구나 싶기도 했고, 직장에서도 참 모호하네 싶었다. 약간은 닮았지만, 유화되지 않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정도. 

그리고 후반으로 갔을 때에는 너무나도 답답했다. 

자신의 변론 기회를 처참하게 걷어차는 듯한 그의 행동. 

그리고 감방에서 혼잣말을 계속 할 지언정 정작 말이 필요할 때에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모습에 실망도 했다. 

교활함과 현명함 둘 다 너무 부족했다. 

 

내 행동을 후회하는지만을 물었다. 나는 생각해 보고는, 사실 후회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갑갑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96p


정말 갑갑한건 바로 뫼르소 당신….

 

그리고 움라우트세계문학 이정서 번역가님의 역자해설을 읽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뫼르소에 감정이입하게 된 이유, 그리고 답답함을 느낀 지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한 일등공신인 레몽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망할 수 있었다.

 

레몽… 레몽만 없었어도 뫼르소는 그냥 이상한 채로 조용히 살았을 것만 같았는데.

 

뫼르소도 레몽도 격렬히 생각하면서, 

나는 내가 문해력이 높아져서 이방인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줄 알았고, 

이 책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책인지 예전엔 왜 몰랐었나 의아해 하며 읽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난해한 뫼르소의 심리를 파고들 때의 번역은 결정적이었다. 

나는 내 책장에서 사라진 이방인 책을 찾는 걸 포기하고, 도서관에서 이방인 두 권을 빌려서 같이 보았다. 

분명히 다른 뫼르소가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뫼르소, 좀 과격한 것도 같아 보이는 뫼르소가 있었다. 

하지만 움라우트 세계문학의 뫼르소는 시종일관 자기 사고를 이어가는 보다 진중한 사내였다. 물론 내가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을 철회하고 편들어주기를 포기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뫼르소에게 맞는 형량은 도대체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방인을 다시 읽는다면, 꼭 이 책으로 읽어보시길-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내 행동을 후회하는지만을 물었다. 나는 생각해 보고는, 사실 후회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갑갑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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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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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키지는 극단주의자도 만났다. 무슬림의 극단적인 종파를 만나고, 그리스도교인 목사를 만났다. 동성애와 낙태 문제를 논했고,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을 방문했다. 

나는 제키지와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화의 방법, 그리고 제키지가 지향하는 지점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제키지는 모든 만남에서 개인을 언급했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분위기에서 만나 사적인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빼먹지 않았다. 


제키지의 태도가 명확히 나와있는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책을 쓰면서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범죄에 한 발을 담근 사람도 있고, 매우 극단적인 견해를 지닌 사람도 있고, 일반화의 장인인 사람도 있다. 나는 경찰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상세히 글로 옮기는 작가다. 그러므로 나는 이들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274p


 

제키지는 늘 공정했다.

그래서 안심할 수 있었다.

 

때론 제키지의 만남을 읽는 것 만으로도 긴장감이 느껴졌고, 책에 옮겨진 대화의 내용이 무거워 읽기에도 버거울 때가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그녀의 담대함과 확신이 놀라웠다. 

그녀도 정치적 이유로 자행된 감금과 끔찍한 고문, 종교인이 아니고서는 응수하기 어려운 첨예한 종교내 논쟁, 대화가 불가능한 폭력적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키지는 늘 용기를 냈다. 

그녀의 계속되는 대화 독려에 자극 받을 수 밖에 없었으며, 그녀가 끊임없이 나눠주는 용기를 기꺼이 받게 되었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나는 책을 쓰면서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범죄에 한 발을 담근 사람도 있고, 매우 극단적인 견해를 지닌 사람도 있고, 일반화의 장인인 사람도 있다. 나는 경찰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상세히 글로 옮기는 작가다. 그러므로 나는 이들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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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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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즐렘 제키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제키지가 만난 사람들의 범주가 이렇게 넓을 지 몰랐다. 

그녀는 소수민족 출신이었고 무슬림이었고 

유색 인종이었고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 모두와 어떤한 접점이 있었다.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과 만나더라도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제키지만의 특별함일까? 

아니면 누구나 상호간 공통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 


나를 심하게 혐오하고 협박하는 사람과의 공통점은 

소름끼치게 당혹스러운, 그러나 

당연하고 평화로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이엔 늘 평화로운 지점이 있다. 


그 지점을 찾아가는 제키지만의 방법

그리고 그 지점을 바라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그 지점에서 출발해서 나아갈 수 있는 합의

그 과정이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속에서 

어떤 맥락적 변주를 가지는지 책에서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은 나에게는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분명 제키지도 그랬을 것이다. 


제키지에게도 힘든 날이 있었다. 

그리고 제키지는 혐오자와의 만남에서 온화한 가면을 고수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제키지는 책에 이러한 장면들을 담았는데, 

그녀 스스로 이러한 장면들을 담는 다는 것도 놀랍게 느껴졌다.


나는 앙겔로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더는 이 논쟁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고통과 좌절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에게 감정을 터뜨렸다. 

내가 이 논쟁을 시작할 때 지니고 있던 평정심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길게 열변을 토하는 동안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짜증이 났다. 

나를 심하게 모욕한 그에게 그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114-115p

더는 이 논쟁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고통과 좌절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에게 감정을 터뜨렸다. 

내가 이 논쟁을 시작할 때 지니고 있던 평정심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길게 열변을 토하는 동안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짜증이 났다. 

나를 심하게 모욕한 그에게 그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114-115p

 

평정심을 잃을 때조차

제키지가 선택하는 과정은 의미가 있었고

끝까지 책임감 있게, 그리고 제키지만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 나갔다. 

제키지의 아량과 선의, 경청과 대화의 의지, 열정을 책의 곳곳에서 느끼며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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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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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을 중간정도 읽었을 때 부터 뫼르소를 이해할 것 같다는 말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뫼르소는 확실히 이상했다. 점점 더 이상했다. 이상하지 않은 것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으나 아니었다. 그가 조금은 매력적이지 않나, 잠시 생각했던 것도 후회했다. 뫼르소보다 뫼르소의 주변 사람들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생각했던 것도 내가 잘못 생각했던게 분명하다. 


그와 교류하는 것은 꽉 막힌 벽과 교류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마리는 그의 실체를 모르고 있다. 마리가 안됐다. 


그는 분명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의 사유를 하는 것만 같지만, 분명히 그에게는 사회와 융화될 수 없는 기름같은 반사회적 물질이 둥둥 떠다니고 있고, 어느 순간 그 부유물들이 꽉 차 버려서 사회와 완전히 소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부유물이 좀 있더라도 그걸 유화시킬 무언가가 있다. 

반사회적 부유물을 유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그건 일종의 교육이고, 교화, 명석한 척 하는 것과 진짜 명석한 것의 어딘가, 어쩌면 아름다운 자애, 그 어떤 모양이더라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유화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뫼르소는 그런 교활하고 현명한 무언가가 없다. 

뫼르소의 방법은 너무나 수동적이다. 


숨가쁘게 다 읽어버렸지만, 다시 천천히 읽으면서 그의 그 답답하고 수동적인 방법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겠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이방인.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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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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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장 그들은 왜 혐오하는가?의 시작은 이렇다.

 

나는 쿠르드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터키 이민자 출신이다. 그리고 2007년 덴마크 의회에 입성한 최초의 소수 민족 여성 의원 중 한 명이다.

13p 나는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외즐렘 제키지 | 타인의사유


첫 문장의 '쿠르드인 부모', '터키 이민자'도 나에게는 낯설었다. '덴마크 의회'도, '최초의 소수 민족 여성 의원'에 대해서도 나는 아는 바가 없었다. 게다가 무슬림이라니. 물론 무슬림에 대한 지식도 없다.

 

어지러운 그대로, 책 띠지에 당당한 표정의 강한 인상을 가진 이 여성분이 내가 새로 이사간 지역의 대표라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황당하다. '쏟아지는 혐오 메일'의 존재만으로도 그녀에 대한 편견이 생길 것 같다.

 

주목하게 되는 덴마크 여성의원 외즐렘 제키지는 어떻게 국회위원이 되었고, 어떠한 행보를 했을지도 궁금하다.

특이한 출심배경과 소수민족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메일을 받은 걸까?

혐오 메일을 보낸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해서, 그래서 이겼을까?

그런데, 어쩌자고 그들과 대화를 하려고 한 걸까?

 

책의 첫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혐오 메일을 보낸 사람들과 만나게 된 이유를 빠르게 찾았다. (그녀의 안위가 제일 먼저 걱정되어서 였을까)

그리고, 작가의 보다 구체적인 출신 배경과 그녀 스스로 편견을 극복한 방법들을 보고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우리 모두의 편견과 혐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외즐렘 제키지를 따라서 우리 모두는 혐오와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의식하지도 못했더 혐오와도 대화하여야 하며, 나를 향했던 부당한 혐오와도 용기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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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쿠르드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터키 이민자 출신이다. 그리고 2007년 덴마크 의회에 입성한 최초의 소수 민족 여성 의원 중 한 명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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